백혜정 / 제31대 대학원총학생회 정책국장

 

정책이라는 것은 보통 보편성과 다수성을 우선시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제도를 만들고 집행하는 기관은 보편성과 다수성으로부터 배제되기 마련인 소수성과 예외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학교 본부는 기본적인 전자의 노력에는 때때로 적절치 못한 방식으로, 후자의 노력에는 거의 고민이 전무한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언론의 기사로 가시화된 중앙대의 ‘실험적인’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논란은 문과대, 공대와 같은 몇몇 단대가 항의 성명서를 게재하는 등의 사태로 접어들었다. 학문단위 구조조정은 계열위원회와 대학본부위원회의 양측 협의를 거쳐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이 과정 어디에도 통폐합 위기에 처한 학내구성원으로서의 학생의 목소리는 보장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이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 학교 본부의 행정방식의 핵심을 확인할 수 있다.

좀더 미시적인 차원의 제도를 통해 얘기해보자. 연구등록제라는 제도는 수료생이 외부 연구기관에 참여하기 위한 제도로 알려졌으며 이는 사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생 측은 이 제도가 모든 학생들에게 의무적·일괄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학교 측은 연구등록제가 ‘외부 효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다수의 재학생을 위한 제도라고 항변했다. 그런데 피해를 보고 있는 재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가. 그 애매모호한 ‘피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데, 그러한 ‘피해’의 정도를 연구등록금액(등록금의 15%)으로 환산한 근거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이 제도의 필요성은 학생들의 입장이 아니라 학교 행정담당자의 위치에서 보았을 때 비로소 포착되는 것이다. 소위 학생들을 위한다는 제도가 대부분의 학생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역설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번에 개편된 장학 제도에서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발견된다. 본교 출신자들만을 우대하는 제도는 소수를 배제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 제도 역시 학생들을 고려하기보다는 대학 평가제도에 대한 고려 등의 외부 기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학 평가는 학교 발전의 차원에서 중요한 것이겠지만, 그것이 소수로서 배제된, 수적으로 실제 다수인 학생들이 받는 피해를 설명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위로부터가 아닌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제도를 만들 것, 그리고 거기에서 일차적으로 배제되는 소수까지 아우르려고 노력할 것. 이 두 가지 과제만 선행된다면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들어 학교 측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져온 많은 제도들을 합리적으로 개편시키기 위해 노력한 모습들을 보여왔다. 앞으로 학생들의 의견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의견수렴 절차를 토대로 타당성을 갖춘 성공적인 정책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