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e-book)의 상용화로 인해 머지않아 종이책이 사라진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예측은 한창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던 10여 년 전에도 한차례 나타났다가 사라진 적이 있죠. 그렇지만 최근의 단말기 제작기술과 시장 환경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종이책 종말론을 현실화시키고 있습니다.

기존 전자책 시장에서 실패를 맛본 여러 회사들은 이제 기능과 가격 면에서 종이책을 대체할 경쟁력 있는 단말기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고, 이동통신사와의 제휴를 통해 상용화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나가고 있습니다. 2007년 아마존이 내놓은 ‘킨들’은 전자책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대표적인 단말기입니다. 소니와 애플도 앞다투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요. 단말기와 더불어 전자책 상용화의 관건이 되는 것은 콘텐츠 확보입니다. 킨들의 성공 비결도 사실 아마존이 보유한 인터넷 서점의 콘텐츠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10년 전부터 꾸준히 콘텐츠를 수집해 온 구글을 주목합니다. 구글은 ‘도서 검색’ 프로젝트를 통해 전세계 주요 도서관의 장서를 1천만 권 넘게 스캔해왔으며, 저작권이 만료했거나 저작권자를 확인할 수 없는 책들도 디지털화시켰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기에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아이리버는 각각 교보문고와 제휴하여 전자책 단말기를 국내에 출시했고 민음사와 두산동아 등은 네오럭스와 콘텐츠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의 ‘전자종이 단말기(SNE-50K)’는 다양한 포맷을 지원하지 못할 뿐더러 PC와 연결해야만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네오럭스의 ‘누트2’는 킨들과 유사한 외형과 기능을 지녔지만, PDF 파일 등 외부 콘텐츠를 불러들여 읽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죠.

전자책 상용화는 분명 모두에게 기쁜 소식입니다. 출판사와 저자는 절판된 수많은 책을 비용이나 재고 부담 없이 출판할 수 있고, 독자는 구하기 힘든 책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자층이 좁아 절판되기 쉬운 학술서적, 논문집, 전문서적을 필요로 하는 대학원생은 아마도 전자책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 같습니다. 허나 종이책을 소장하고픈 ‘아날로그적 독자’들은 계속해서 전자책을 외면할지도 모르겠네요.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