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과간 협동과정인 문화예술경영학과가 신설돼 내년 상반기 신입생 원서 접수가 완료된 상태다. 학과간 협동과정은 분과적 학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 시대의 다층복합적인 문제의 해결과 학문간 통섭을 통한 보다 나은 생활양식의 구현을 목적으로 많은 대학원에서 도입해왔다. 본원에서도 94년 과학철학과 과학사를 연구하는 과학학과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래, 95년 영어언어과학학과, 01년 중국지역학과, 05년 인적자원개발정책학과, 06년 기록관리학과와 문화연구학과 등의 순으로 계속 증설되어, 현재 문화예술경영학과까지 총 12개 학과간 협동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교수도 공간도 나눠 쓰는 협동과정

  시대적 요구와 수요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학과간 협동과정이 계속해서 증설되고 있지만, 운영에 관한 문제점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 학과간 협동과정에서 공부하는 원우들은 전임교수의 부재, 커리큘럼의 협소한 선택 폭, 학과사무실 등 행정공간이나 연구공간의 부족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준현 대학원장보(행정학과 교수)는 학과간 협동과정이라는 제도에 대한 이해를 요청하며, “학과간 협동과정은 ‘과’가 아니고, ‘학과장’이란 말도 편의상 부르는 것뿐 실제로는 주임교수”라고 설명했다. 행정상으로 학과가 아니기에 학과 지위에 상응하는 행정지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연세대 대학원은 ‘학과(department)’와 ‘과정(program)’의 차이를 명확히 해 명칭과 행정지원체계를 구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같은 등록금을 지불하면서도 여타 학과의 지위와 그에 따른 지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숙고해볼 문제다. 게다가 본원 홈페이지 상에는 각 학과간 협동과정이 모두 ‘학과’로 표기되어 있어 신입생 모집단계에서부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9월, 북한개발협력학과에 입학해 첫 학기를 보내고 있는 이건태 원우는 입학지원 당시 이런 차등적 지위에 대해 몰랐다며, “수학하는 입장으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소모전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모르고 있었던 것은 재학생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차등적 지위의 정당성은 차치하고라도, 입학 지원자들이나 소속 구성원들에게 정확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다가 불만 사항이 제기된 후에야 제도적 특성을 언급하는 것은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대학원행정실은 원생들의 불만이 참여교수들이 책임 있는 운영을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고 보고 내부조사를 실시, 참여교수들이 최소 2년에 1개 이상 강의를 개설해야 한다는 내부지침을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기록관리학과의 이지혜 원우는 “참여교수님이 강의를 개설하고자 해도 전임하고 있는 학과의 강의 과목수와 결부돼 행정적 제한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참여교수들은 강의 개설 상한선까지 이중으로 부담을 받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공통전공과목제 또한 문제는 여전하다. 대학원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20명 이상이 함께 수강하게 돼 만족도 높은 수업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전임교수의 영입이 협동과정의 지위상 근거가 없다고 하지만, 연세대의 문화학, 지역학 협동과정에는 전임교수가 존재한다. 문화학 협동과정의 한 원생은 “학생들과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커리큘럼을 놓고도 의논이 가능해, 여러 가지로 든든하다”고 전했다.

  공간부족 문제에 대해서 학교 측은 비단 협동과정의 문제가 아닌 대학원 전체 공간의 문제임을 주장하나, 유독 협동과정 구성원들의 불만이 높은 점은 생각해볼 부분이다. 연세대의 경우, 협동과정협의회가 구성되어 지속적으로 행정적, 공간적 불이익에 대해 본부 측과 협상해 나가고 있다. 본원과 다른 특이점은 각 협동과정이 계열별로 분리되지 않고 협동과정들로만 하나의 계열을 이루어 총학생회 산하에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학과로서의 지위와 다르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이러한 조직이 구성원들이 의견을 피력하는데 적합할 수 있어 본원 또한 이를 고려해볼 만하다.

  한편 홍준현 대학원장보는 공간 등 여러 수용도 대비 입학정원을 조절해야 함을 감안해 “협동과정은 학과보다도 더욱 수요에 따른 유동성을 갖고 개설과 폐지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가장 먼저 개설됐던 과학학 협동과정은 폐지되었다. 그렇다면 폐지될 수도 있는 협동과정에 누가 지원할 것이며, 누가 안정감을 갖고 수학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가 앞선다.

학교 차원의 실리와 함께 원생들의 만족도 고려해야

  제도적 미비와 교수, 공간 등 자원의 한정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학과간 협동과정이 증설되고 있는 이유는 보다 실리적인 면에 있다. BK21대형사업의 조건 중 하나가 학문간 융합사업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행해 온 ‘문화예술산업혁신연구단’ 사업이 협동과정을 증설하지 않으면 취소된다는 이유로, 문화예술경영 협동과정은 부대조건과 관련한 교무위원회 내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최종 확정되었다. 정부의 연구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할 원생들의 만족도와 복지에 대한 계획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학교 당국은 학과간 협동과정을 수요와 필요에 의해 긴급히 꾸린 임시 천막캠프와 같은 전천후 시스템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안에서 수학하는 원우들은 인생의 중대 길목 중 하나로 그 과정을 택하여 누구보다 진지한 마음으로 연구하며 미래를 그려보고 있다. 대학평가기준에는 국가고시합격율도 있지만 구성원의 만족도도 있다. 그러나 반영 비율이 높지 않은지 학교 당국은 구성원의 만족도에는 아무런 관심도 책임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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