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 / 사회학과 박사수료

 

 선배가 떴다. 그래, 나 김 강사다. 내가 이제 원우 제현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강의 노하우를 전수토록 해주

겠다… 라고 시작하면 좋겠는데, 사실 난 강의 경력이 미천하다. 하여,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강의에 대해 ‘딱 한 가지’ 이야기만 들려드릴 테니 여러분 각자가 알아서 판단하고 지침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강의를 듣는(혹은 들었던) 학생들이 이 글을 읽으면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클래스의 주인이 바로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 학생은 결코 주인이 아니다. 그/그녀들은 내 청중이고 내 수강생이다. 그러니까 그냥 내가 가르쳐준 걸 익히면 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 모르니 다시 말하겠다. 수업은 내가 주도한다. 그/그녀는 수업 따라가기도 바쁘므로 나는 괜히 학생들을 귀찮게 하지 않는다. 난 생각한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바로 학부생이라고. 그래서 난 토론 수업, 발표 수업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사실 지난 학기에 발표 수업을 한 차례 시행해봤는데 크게 난감했다. 발표 내용이야 강사 기준에선 만족할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겠지만 솔직히 후회했다. 그 시간에 그냥 내가 강의를 하면 됐을 것을. 게다가 발표하면 토론도 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적게는 50명, 많게는 90명에 이르는 학생들을 상대로 토론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단지 그 부분에서만 난 내 실수를 인정한다. 혹자는 이렇게 되물을지 모르겠다. 발표 준비를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 아니겠냐고. 거기에는 두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공부란 끊임없는 질문일 텐데 발표 수업은 대답하는 방법부터 익히게 만든다. 프리젠테이션하고 디펜스하면서 동료와 교강사로부터 질문을 회피하는 방법을 익힐지언정, 잠자리에 누워서도 괴롭게 하는 질문을 만들지 못한다. 둘째, 주지하다시피 발표를 주도하는 한두 명 외에는 거의 무임승차한다. 그/그녀는 물고기 잡는 방법이 아니라 손대지 않고 코 푸는 법을 배운다.
요는 이렇다. 괜히 민주적인 선생인 것처럼 연기하지 말자. 그건 자기만족일 뿐일지 모른다. 민주주의 정신이라면 시민사회나 대학원 자치활동을 통해 실현하는 쪽으로 고민하는 것이 옳다. 요즘같은 강의 환경에서 교강사는 학생과 동등한 존재라기보다는 차라리 연사에 가깝지 않은가. 그 쪽이 학생들의 교양과 성숙을 돕는 데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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