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구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부실 운영 사립대학의 구조조정을 계획하는 등 대학 연구사회는 대내외적으로 개혁과 혁신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점에서 연구사회를 둘러싼 정치적, 산업적 압력에 대항하는 한 가지 방식으로 내부 성찰과 정체성에 대해 반성을 모색하는 5가지 이슈를 제기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학계의 사회 공헌 ②다학제적 연구의 모색 ③연구를 위한 인프라Ⅰ- 시설, 자금 ④연구를 위한 인프라Ⅱ - 제도  ⑤교수와 제자 관계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대한 사회경제적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초기 산업기술 인력의 공급처로서 의미를 지녔던 대학은 지난 1990년대 이후 지식 창출을 위한 국가경쟁력 확보와 우수인력 배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그 의미가 변모되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글로벌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인해 우리만의 ‘창조적 지식’ 산출 능력이 매우 중요한 대학의 기능으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 있어 대학의 생존 터전은 매우 척박하기만 하다. 향후 10년 이내에 대학 정원이 대학 진학 대상인 학생 수 대비 20% 이상을 초과하는 수급 불일치(대학의 과잉공급)가 예견되면서 이제 대학은 처절한 생존경쟁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이같은 불리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커다란 해결책이 바로 대학의 연구기능 확충이다.
  대학에서의 연구기능이라고 하면 대학이 개발한 기본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여 우리 삶의 방식, 나아가 우리의 문명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연구과정에서 산학협력을 촉진하고 연구에 참여한 고급인력을 협력 대상인 산업계에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학의 연구비 확충은 대학의 본원적 기능인 진리탐구의 실행적 수단을 확보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가능하게 한다.

                                      연구비의 효율적 사용과 관리

 우리나라 대학에 있어 연구비는 비교적 풍족한 편이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 교수 1인당 연구비가 선진국 대비 50% 수준을 넘으며, 영국,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의 경우와 거의 대등한 것으로 나타난다.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절대규모에 있어서는 이공계열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이지만 선진국에서도 계열별 차이는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 제기되고 있는 대학연구비의 문제점은 액수보다는 연구비의 관리와 효율적 편성·집행에 관한 측면에 집중된다.

 5~10년 전에는 교수 개인이 연구비를 관리하거나 학과 차원에서 편성·집행하는 대학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2000년도 이후 많은 대학들이 연구비 중앙집중관리제를 채택하여 현재는 연구비 집행·관리의 투명성이 매우 높아졌다. 대신 연구비의 구성 항목별 비중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 선진국의 경우 직접연구비 1/3, 인건비 1/3, 간접비 1/3로 3가지 항목이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후진국으로 갈수록 직접연구비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인건비가 20% 내외, 간접비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간접비는 장소이용비, 기자재 관련 비용, 세금 등 직접 연구행위 이외에도 꼭 필요한 비용이다. 실제 마땅한 연구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불편을 겪는 연구자들도 존재하고 있어 간접비의 확충은 연구력 증강을 위한 필수적 지원이다. 인건비 또한 교수들뿐 아니라 연구보조원 역할을 하는 대학원생들의 연구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하기에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구비 구성내역은 전형적인 후진국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정부연구개발사업을 수주함으로써 자연스레 따르게 되는 정부의 ‘연구비 편성지침’이 인건비를 전체 연구비의 10%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데 기인한다. 대학교수는 가르치는 업무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받고 있기 때문에 연구 관련 인건비를 과다 할애해 이중 혜택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정부 측의 논리이다. 그러나 교수 연봉체계와 연구비 지급체계를 통합 분석해봤을 때, 선진국의 경우와 비교해 정부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전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둘째는 각 대학의 연구지원에 대한 의지와 제도가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대학본부가 연구팀으로부터 받는 오버헤드 비용의 수준에 따라 간접비의 증감이 달려있음을 볼 때, 대학의 연구지원처 등에서 연구비 재편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국가의 총 연구개발비의 10%를 사용하고 있는 대학연구의 생산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연구비 구성의 재편성은 중요한 문제다.

                        연구성과 확산을 통한 선순환구조의 구축


 대학연구의 활성화는 단순한 지식의 창출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연구성과의 보급·확산을 통한 실용화야말로 국가경쟁력 제고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연구의 활성화는 창조적 지식의 창출로 이어지고, 창조적 지식의 창출이 산업경쟁력 강화를 가져오며 이에 따른 경제적 부가가치가 다시 대학에 대한 연구비 지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선순환이 작동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연구성과의 확산일 것이다.

 대학연구의 활성화는 단순한 지식의 창출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연구성과의 보급·확산을 통한 실용화야말로 국가경쟁력 제고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연구의 활성화는 창조적 지식의 창출로 이어지고, 창조적 지식의 창출이 산업경쟁력 강화를 가져오며 이에 따른 경제적 부가가치가 다시 대학에 대한 연구비 지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선순환이 작동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연구성과의 확산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대학의 3대 기능은 교육, 연구, 사회봉사이다. 이중에서도 연구기능은 대학의 선진화와 미래발전 패러다임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비 획득을 통해 대학의 연구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미래 대학경쟁력을 도모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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