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대학원 3층 비상계단에서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수업 중이던 원우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교직원과 방호원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별다른 피해 없이 화재는 진압되었지만, 플라스틱 쓰레기통이 전소하면서 내뿜은 연기가 강의실에 배어 대부분의 수업이 중단되었다. 화재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원인이 담뱃불로 밝혀진 만큼 원내 흡연자들의 설 곳은 점점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학원 건물 전체가 금연구역이라는 점이다. 대학원 건물은 2006년 1월, 국민건강진흥법시행규칙에 의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었지만 비상계단에는 재떨이까지 놓여 있을 정도로 암묵적으로 흡연행위가 지속되어 왔다. 지하 열람실과 작업실의 원우들이 담배냄새로 인한 불편을 호소해도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명백한 금연구역에서 담뱃불로 인한 화재가 일어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화재가 일어난 것이 오히려 잘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로 인해 건물 내 흡연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원 입구에는 금연을 권고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개인의 몰지각한 행동이야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흡연자체를 죄악시하며 금연만을 주장하는 것은 원내 흡연자들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의 폭력이 될까 우려된다. 흡연 또한 하나의 권리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흡연권도 인정해줘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금연만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창가나 옥상 공간을 중심으로 흡연공간을 구축하는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실제 일본에서는 비흡연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흡연자의 권리 또한 함께 인정하자는 ‘분(分)연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공공건물에 별도의 흡연실을 설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담배소비자보호협회를 중심으로 ‘쾌적한 흡연환경만들기’ 운동을 벌이며, 환기시설과 공기정화시설을 구비한 흡연전용공간을 설치하고 있다. 


 흡연자, 비흡연자 모두 학내구성원의 일부다. 누구에게도 한쪽에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 흡연자를 적발하는 CCTV 대신 환기·정화시설이 갖춰진 흡연실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중대신문>(5월 25일자)에 의하면, 학내 흡연공간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우가 79.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민건강진흥법시행규칙에 의하면 학교는 꼭 건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 실제 성균관대나 고려대 등은 학내 흡연공간을 마련, 비흡연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흡연자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다. 이제라도 대학원이 비흡연자와 흡연자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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