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업중단과 휴교를 몰고 다니던 신종플루가 이번엔 괴담과 음모론까지 가세돼 더욱 강력해진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신종인플루엔자 A(H1N1)의 줄임말인 신종플루는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가까운 거리에서 전파되고, 발열ㆍ오한ㆍ두통 등 몸살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질병입니다. 언론을 통해 이달 초가 신종플루 확산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국제행사와 지자체 행사가 연달아 취소되고 신종플루 예방 용품인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종플루가 연일 화제가 되면서 각종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이에 관한 다양한 괴담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종플루의 유행은 치료제를 팔기 위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음모라는 반응인데요. 한 예로 올 4월 인도네시아의 수파리 보건장관은 “100% 확신할 순 없지만 신종플루가 (선진국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해 음모론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로슈·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신종플루 치료제를 공급하는 대형 제약사들이 올해 선진국에서 18억 달러, 개도국에서 12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사 또한 음모론에 불을 붙이고 있고요.

한편 신종플루 괴담은 정부의 오락가락한 대응과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버는 다국적 제약사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당장 사람들이 병으로 죽어나가는데 약도 구할 수 없고 누군가는 이 상황을 이용해 떼돈을 번다면 ‘저 놈들이 바이러스 만드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신자유주의 의료 현실의 모순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절망이 음모론에 드러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거대 제약회사가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괴소문은 음모론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제약사는 신종플루로 인한 공포심으로 돈을 벌게 됩니다. 이를 부추기는 언론도 돈을 벌기는 마찬가지죠. 결국 이러한 현상은 ‘자본’과 ‘시장’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겠네요. 신종플루를 둘러싼 괴담, 그것은 현재의 한국과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상황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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