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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들은 3개월마다 ‘열람실 지정석 추첨’이라는 긴장된 순간을 맞는다. 학업과 연구를 병행해야 하는 대학원에서 지정석은 짧은 시간이나마 내게 정해진 연구공간이 있다는 안도감을 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연구 성과나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는 효과를 갖는 곳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원우들이 공감하듯 교내의 절대적으로 부족한 연구공간으로 인해 지정석 추첨은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28일의 추첨에서는 원총의 주먹구구식 일처리로 원우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우선 이미 <대학원신문> 지난 호와 원총 홈페이지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신입생의 신청자격 박탈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회칙에 신입생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들을 대상자에서 제외했다는 부총학생회장의 독단적인 판단은 뒤로 하더라도, 이메일로 접수된 신청서의 인적사항을 통해 신입생임을 인지했음에도 사전에 일언반구 없이 신입원우들이 헛걸음을 하도록 한 복지국장의 무책임함을 간과할 수가 없다. 또한 이미 신입생들의 등록금 납부가 완료되었으며 개강 이틀 전에 이루어진 추첨임을 생각할 때, 신입생들에게 추첨권을 박탈한 이유가 입학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 때문이라는 부총학생회장의 답변은 변명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총 집행부 사이에서 지정석 추첨에 대한 합일된 의견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지정석 추첨 당시 원우들은 혹시 도서관의 여석 배정의 기회가 있는지 물었고, 한 국장은 “추첨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시간의 기다림 끝에 다른 국장에게 듣게 된 답은 “돌아가라”는 말이었다. 시간이 아까운 것은 물론, 무책임한 언사의 집행부의 모습은 과연 원우들의 편의와 고충을 생각하고 소통하려는 의사가 있기나 한 것지 의구심을 자아냈다.

며칠 뒤 원총은 도서관 한 개의 열람실을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으로 변경했다며 남은 17석에 대해 재접수 하겠다고 통보했다. 열람실의 성격을 며칠 사이에 바꾸면서 변경 사유는 단 한마디도 밝히지 않았다. 물론 자유석 역시 턱없이 부족하며, 그간 도서관에 새로 생긴 공간에 대해 원우들이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이나 고민도 보이지 않던 원총이 이번 지정석 문제와 관련하여 몇몇 원우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눈가림으로, 혹은 원칙 없이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업무 처리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원총은 원우들을 대변하는 조직으로서 통일된 태도와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설문조사나 대화를 통해 원우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소통의 노력은 불가결한 것이다. 이번 열람실 문제는 원총과 원우들의 소통 불능으로 발생한 일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원총은 31대 총학생회의 기치였던 ‘소통’을 통해 원우들의 목소리를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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