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비판적 사고와 공학의 기술이 예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표현 양식과 작품이 되는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인문학과 예술, 그리고 기술 간 통섭을 통하여 새로운 시각적 표현과 청각적 표현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AT 미디어 교육 연구소의 이윤이 책임 프로듀서는 이를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기존의 기술을 쓰임새에 맞도록 해법을 찾아 배합, 재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연극의 무대배경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배우의 움직임을 센서로 포착하는 공학 기술을 활용하는 식이다. 그는 “인체와 센서의 상호작용을 공학적 값으로 연산해 시각적 효과로 변환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지난 해 야심차게 진행했던 U-AT(Ubiquitous Arts&Technology)통섭교육사업에서는 심리학적 개념인 몰입경험을 활용해서 미술, 도시계획분야와 연계한 문화체험이벤트를 설계하기도 했다. ‘키노애니드라마’라는 영화·애니메이션·연극이 합해진 컨텐츠 또한 미디어 과몰입에 대한 대안적 치유를 목적으로 설계 중이었다. 이는 단순히 문화예술 진흥의 차원을 넘어서 인문학적인 비판적 사고와 대안적, 생태적 기능이라는 측면이 결합된 것이다. U-AT는 이러한 통섭 연구소 9개를 운영하여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였으나, 현재 문화관광부의 예산 지원 중단으로 모두 문을 닫은 상태이다.


  이 프로듀서는 “대학에 들어오는 순간 분야와 전공이 구획화되지만, 예술가들은 창작을 위해서 구획을 넘어간다”고 말했다. 통섭사업에 있어 타학문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마치 일본어와 아프리카어가 소통하듯이 예술가가 공학적 언어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데는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예종의 U-AT가 통섭 ‘교육’사업인 이유도 이 점에서 비롯된다. 이 프로듀서는 연구의 통섭 전에 “양 측이 변해서 와야 한다”며, “교육사업이 사실 이 사업의 핵심”이고, “교육이 연구, 실습과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 의도”라고 설명했다.


  사회가 확장됨에 따라 여러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분과학문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연구자들이 공감하고 있으나 실제로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다학제적 연구가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프로듀서는 “지금 대학체계 하에서 개인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학제적 연구에 교수들이 발 벗고 나설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자신의 주전공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야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 정책이나 예산 지원을 통한 행정적 독립체로서 다학제 연구가 딛고 설 곳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통합적 인재의 육성은 먼저 사회와 대학체계의 변화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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