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교내에서는 학교 측의 학내 언론 통폐합 시도, 진중권 전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 재임용 탈락 등에 대한 학생들의 저항이 이어졌다. 특히 진 교수의 해임에 반대하여 총장실에 레드카드를 붙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징계를 내리겠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학교 안팎은 이에 대한 논란으로 과열됐다. 학교 측의 징계방침은 “학교 건물에 무단침입하거나, 학교 건물을 점거하는 행위”에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학칙 제 5조 4호에 근거한 것이다.

항의의사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3분 동안 총장실에 머무른 것이 ‘무단침입’과 ‘점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거니와, 재작년 성폭력 K교수 규탄 시위 때는 학생들이 실제 총장실을 점거했으나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관성 없는 규정 적용이라는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대라는 이름 빼고 모두 바꾸겠다”는 재단의 강력한 개혁의지로 미루어볼 때, 학생들의 정치적인 발언과 집단행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본보기성 징계’가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기계적인 규정 적용을 강조하는 것은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을 무시하는 학교의 일방적인 행정처리라는 점에서도 문제다. “예산지급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본지는 지난 학기부터 언론매체부로의 소속이전을 강요받았다. ‘규정대로’라는 학교의 강경한 입장에 학내언론의 존재 이유나 편집권의 독립, 학우들의 알 권리가 논의될 자리는 사라졌다. 진 교수의 재임용 탈락사유도 “겸직기관 없음”이란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의 엄격적용이었다. 여기에 학생들의 수업권이라는 가치는 고려되지 않았다.

이에 ‘MB식 법치만능주의’가 학내에서 재현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MB정부는 집시법의 자의적 해석과 과잉 적용으로 집회 및 시위를 원천차단하였다. 또한 <PD수첩>의 표적수사, 신영철 대법관 파동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이중잣대로 법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였다. ‘법치’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도 되는 면죄부 정도로 생각하면서 헌법적 가치를 외면하는 현 정부의 행태가 학내에서 반복돼서는 안 된다.

법은 권력이 자의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학교규정도 학내 구성원들의 권리를 보호해주기 위한 안전장치여야 한다. 규정을 준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규정이 그 취지에 맞게 지켜지는지,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히틀러의 만행도 당시에는 합법적이었다.” 마틴 루터 킹이 지적한 형식적 법치주의의 폐해를 곱씹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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