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이인희 기술사업화팀장
 


지난 3월 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은 한국IBM과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고성능 컴퓨팅 클러스터 센터 구축 등을 지원받았다. 카이스트 또한 장기적으로 아이템을 발굴, 추가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기반과 인력을 기업 측에 공급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산학협력의 다각적 측면에 대해 카이스트의 이인희 기술사업화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팀장은 기본적으로 기업과 학교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업의 목표가 이윤창출과 고용창출이라면 학교는 인재 양성과 연구가 목표”이기에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팀장은 기업이 학교 측에 사용권과 특허권 기술료를 지불하는데 인색하다는 점과 연구 결과는 무조건 무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일반의 인식을 지적하며, “대학이 정부보조금에만 의지하지 않고 개성을 살려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체 수익구조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허권만을 수집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며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특허괴물’이 아닌 이상 대학의 특허권 취득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자의 입장에서 수요자(기업)중심으로 기술개발을 할 것인가, 공급자(연구자)중심의 기술개발을 할 것인가도 논란거리이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실제로 기술을 만들어내기 전에 기업의 필요를 파악하지 않거나, 기존 기술을 기업에 활용하려면 상용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당장의 수요만 고려해서 기술개발을 하는 것 또한 장기적인 기술발전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팀장은 “카이스트도 그 점을 인식하여, 보다 먼 미래까지 바라보고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수요자중심, 공급자중심의 기술개발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이스트는 이외에도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고 있다. 교수들의 기업 임원 겸직을 2년, 휴직도 2년으로 제한하여 통산 4년 동안만 교수들의 창업을 허가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이는 타 대학이 무기한으로 겸직을 허용하는 것과 달리, 개인적 이익보다 연구와 인재 양성의 임무를 강조하는 의미이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성공 여부과 관계없이 지원하는 ‘High Risk, High Return 사업’도 학생들의 자유로운 연구와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연구진실성 위원회’는 이 모든 연구의 윤리성을 강조하는 핵심 제도다. 실제 생명과학 관련 논문조작 사건의 경우 의혹이 포착되자 바로 조사에 착수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공론화를 이끌었다고 한다.

그러나 카이스트도 시행착오를 피해갈 수는 없다. 선진화된 미국의 산학협력 모델을 벤치마킹하면서 발생하는 문화적 차이, 기술사업화 역량을 높이기 위해 특허평가 기준을 놓고 벌어지는 산학협력단과 교수들 사이에서의 잡음 등이 그것이다. 연구중심 대학으로서의 발전 뿐 아니라 학계와 기업이 함께 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가치와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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