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 목 12:52
특집
뉴스 읽어주는 남자언론인 신경민 인터뷰
박인희 편집위원  |  mchilddi@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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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호]
승인 2009.06.04  17: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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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절, 선생님의 클로징멘트는 연일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왜 그렇게 주목을 받았을까요?

현상을 잘 해석하고 분석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에 그렇게 해석하고 분석하는 사람과 언론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1월 1일에 제야방송에 관해 “현장의 진실과 화면의 사실이 달랐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정리를 했더니 사람들이 문제의 핵심에 접근을 하더라고요. 제야방송과 미디어법의 인과관계를 묶어주고, 어떤 문제가 생길지 사람들한테 인식을 시켜준 거죠. 바로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해석을 해주고, 인과관계를 엮어주고, 큰 그림을 그려주고, 그 안에서 이 문제가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짚어주는 것,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주목해준 것 같아요. 요즘 노 전 대통령 서거도 내가 클로징을 했더라면 며칠에 나눠서 공적인 것, 개인적인 것, 시청광장 문제, 퍼스트패밀리의 문제 등을 시리즈로 했을 겁니다. 내가 쓴다고 하면 그런 몇 가지를 정리해서 아름답고 정제된 언어로 말했을 것 같아요.


클로징멘트가 유머가 돋보이고 절제돼 있다는 점에서 꼭 시(詩) 같다는 평이 많은데요, 어떻게 작성하시는지 궁금해요.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현장취재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요. 엄청 많이 짤렸는데(웃음) 그런 과거사도 도움이 되고. 많이 읽고 모르는 거 있으면 묻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의 소산이죠. 책은 뭐 닥치는 대로 읽어요. 또,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不恥下問’이라고 나이는 그렇게 중요한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회사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없어도 자주 묻고 얘기를 듣죠.


앵커로 활동하실 때 주로 받은 비난 중 하나가 왜 ‘의견’을 덧붙이느냐는 건데요, 언론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요.
전 언론의 중요한 기능이 사실을 전달하면서 의미를 해석하고 전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단순한 사실로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죽었다’는 것만 전달하면 언론의 기능을 다한 것일까요? 아이 잘못인지, 차 잘못인지, 도로구조 잘못인지 그걸 언론이 들여다봐야죠. 시청이 표지판이나 신호등을 설치하지 못한 건지, 혹은 차체의 결함문제인지. 사건에 수많은 팩트가 있어요. 분석해서 중요한 팩트를 말하는 것. 사회에 고칠 곳이 있으면 고칠 수 있게 하는 것이 언론의 기능이죠.


최근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언론이 검찰 입장을 확대재생산한 것이 비난받고 있는데요.
저도 검찰 출입기자를 오래했지만 검찰이 하는 브리핑을 쓰지 않을 순 없어요. 문제는 사실이 진실에 가까운 것인지 검증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없었다는 거죠. 한 사회가 좋은 언론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아요. 미국의 <뉴욕타임즈>나 영국의 <더타임즈>처럼 우리나라 대표언론이 있느냐? 그건 쉽게 대답할 수 없죠. 좋은 언론에는 성숙한 독자와 경제적 지원, 정치적 수준이 필요하죠. 또 훌륭한 기자 외에도 좋은 에디터, 디렉터, 사주가 필요해요.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는 이런 조건이 맞아떨어져 언론이 권력과 싸울 수 있었던 경우죠. 만약 그 사건이 우리사회에 있었다면 우린 못 할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삼성 X파일 보도 때도 매우 힘들었고.


작년 촛불 때 언론소비자주권운동이나 한겨레, 경향 구독운동 등에서 성숙한 독자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는데 시스템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그게 촛불의 한계죠. 부수가 늘면 제작·배달 비용만 늘어나요. 중요한 건 광고인데 이게 줄어드니 결과적으로 도움이 안됐죠. 문제는 젊은이들이 포털에 의존하고 신문을 안 보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배달부(포털)를 통한 언론 접촉은 한계가 있죠. 젊은이들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지 못하니까. 게다가 언론의 구조적 문제는 미디어법 때문에 더 나빠지겠죠.


좋은 언론인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일까요?
비판의식이죠. 모든 상식과 관행에 대해서 한번 뒤집어보고, 과연 그게 맞는 것인가를 생각하고 고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요즘 기자들은 자꾸 자기를 월급쟁이라고 생각해요. 언론인은 엄청난 힘을 가진 특수하고 독특한 월급쟁이입니다. 그런 걸 잘 몰라요. 그냥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고 안착하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죠.


기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럴 때가 있죠. 항상은 아니지만. 일생에 한두 번. 그럴 때는 그 기사를 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 기능적으로 취재·편집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화룡정점하는 것은 바로 용기입니다. 압력은 주로 친한 사람들을 통해 사탕발림의 형태로 들어오는데, 그것에 냉정해지고 거리를 두는 게 용기죠. 그런 면에서 판단력이 용기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언론인에게 지식과 학식이 필요조건이라면 용기는 충분조건이에요.


그 용기 때문에 결국 앵커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셨는데요, 돌발질문 하나 할게요. 신경민에게 뉴스데스크란? 시원섭섭하죠. (웃음) 그럼 신경민에게 엄기영이란? 가깝고도 먼 사이? 마지막으로 신경민에게 조선일보란? 열심히는 보지만, 동의는 안해요. 곧 원고 피고로 만날 사이?(현재 고 장자연 사건 관련 클로징멘트로 3억 원의 명예훼손소송이 진행 중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도 학내언론 통폐합이나, 예산 삭감, 편집권 침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압력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비난글이 올라오면 바로 삭제되기도 하고요. 학내 언론을 ‘언론’이 아닌 ‘홍보창구’로 생각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회에서도 대통령이 구석구석을 잘 알 수 없거든요. 비판이 듣기 싫겠지만, 결국 그게 구석구석의 부패와 매너리즘을 알려주는 것이니 그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돼요. 대통령을 총장이나 이사장으로 바꿔보세요. 자기들이 다 알 것 같은데 절대로 알 수 없어요. 건설적인 비판을 할 수 있는 좋은 언론을 가지는 것은 결국 학교와 재단을 위한 일입니다. 홍보와 언론은 분명 다르죠. 이것을 혼동하는 것은 기초학력이 모자란 사람들인 거예요. 공부 좀 열심히 하고 살라고(웃음). “나는 무식하다, 잘 모르겠다.” 이런 사람들 있잖아요? 그건 도피할 수 있는 변명이 아니에요. 무식은 특히 학교사회에서는 범죄에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신종 플루의 확산 등 뉴스가 넘치는 요즘, 뉴스의 의미를 읽어주는 사람이 간절해집니다.
뒤르켐의 <자살연구>를 보면 자살은 결단이라는 표현이 나와요. 노 전 대통령은 자살로  사회적·국가적 결단을 한 거죠. 말하자면 바위에서 몸을 던짐으로써 현 정권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거예요. 일종의 정치적인 선전포고죠. 게다가 여기엔 한국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 바로 퍼스트패밀리의 고뇌가 담겨있어요. 엄마인 권여사는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고민한 거예요. 그 부분을 아무도 얘길 안하더라고. 전직 대통령들의 퍼스트패밀리가 다 실업자예요, 고급 실업자. 누군가 생계형 범죄라고 얘기했는데, 그건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진실의 일단을 담고 있죠.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려면 전직 대통령의 자리를 만들어줘야 해요.


신경민 전 앵커를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 주위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던 것은 바로 5월 23일, 아직도 뉴스데스크를 지키고 계셨더라면 어떤 클로징멘트를 했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부엉이바위에 올라간 건 노무현 전 대통령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부엉이바위에는 굉장히 많은 우리사회의 세력과 가치가 함께 서 있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여러 사람들, 여러 세력들에게, 우리가 관습적으로 갖고 있는 논리, 상식, 가치, 편견에 경고를 하면서 몸을 날린 겁니다.” 이런 식으로 말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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