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전제들에 다시 집중을

  우여곡절 많은 4월 선거를 겪으며 출범한 31대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

는 ‘2009 소통을 통한 변화의 연결고리’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31대 원총의 치열했던 출범과정은 30년 역사를 지닌 원총에 누적되어온 불분명한 원칙의 문제점들이 공론화되는 과정과 일치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원총이 강조하는 ‘소통’이란 화두는 여느 때보다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개강 후 뒤늦게 출범해 당장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31대 원총에 부족하나마 소통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소통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실질적인 소통을 가능케 하는 전제들에 대한 검토와 논의는 쉽사리 생략되는 경향이 있다. 성공적인 소통을 위한 두 가지  전제를 살펴보자. 첫째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이해를 가지고 있음에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공동체성을 공론화시키는 작업이다. 두 번째는 각자의 분야에 흩어져 있는 구성원들을 소통의 주체로 호명하는 과정이다. 이 두 가지는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다양한 전공으로 세분화되어 있는 대학원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원총이 이 과정을 모두 주도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오히려 학과단위가 중심이 된 계열단위의 권리와 의무를 재설정해 계열별로 내부 소통이 빈번하게 이뤄지게 만들어야 한다. 원총은 이런 소통의 흐름과 정리를 주도하면서, 전체 공론화의 과제에 해당하는 담론을 포착하고 이를 공식적인 문제로 설정하는 기민한 기획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떤 사업을 기획하는데 반드시 새로운 재원과 배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조건에 대해 정밀하게 파악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요구에 기초해 예산과 역량을 재배치한다면 얼마든지 막혀있는 소통의 장애들을 해결해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원총이 홈페이지를 통한 설문조사를 준비하고 있고 이번 학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2학기에는 더 적극적으로 소통의 노력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계열 간 소통의 필요성과 형식, 그리고 계열단위와의 소통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등록제, 계열 특성화 지원, 계열 간 학문적·문화적 교류라는 중요한 문제가 학생자치단위의 고질병인 관료제적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일회적인 이벤트성 사업들 사이에서 실종될 수 있다. 모쪼록 31대 원총이 대학원 공동체성에 대한 솔직한 고민과 교류의 실천으로 그간의 지리한 논쟁들로 빛바랜 ‘소통’의 필요와 가치를 다시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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