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신문, 네 멋대로 해라

 

 올해 상반기 대학원신문은 지난 학기에 비해 ‘산만한’ 인상을 준다. 새로 생긴 코너들이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만 봐도 문어체와 구어체, 풍자와 반말에 시어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개성들이 충돌하는 지점에선 ‘잡음’이 아니라, ‘화음’이 발생한다. 이는 각 개성이 ‘소통’이라는 하나의 목적지로 달려가기 때문이다. 새 코너들이 ‘대화(비평계, 깨물설, 연구일촌, 다짜고짜 인터뷰, 속삭이는 미술관)’, ‘고백(dog's ear, 일상을 여행처럼)’, ‘상담(굿바이 스트레스)’, ‘고발(무구유언)’의 형식을 취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언론의 기본적인 사회적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소통’이 이제 와서 특별히 중요해지는 이유는 지금이 ‘불통’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언론탄압, 용산참사 등의 이유로 국민과 정부 간 시위와 진압이 반복됐고, 대내적으로는 원우들과 총학생회·교수·학교 사이에 불공정 선거, 연구도용, 학내언론 통합 등의 문제가 일어났다.


 이번 대학원신문은 ‘불통’의 상황을 감지하고, ‘소통’이라는 화두를 민감하게 짚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학술기획 <폭력의 세기, 다시 폭력을 논한다>와 사회 지면의 <2009 한국사회의 폭력성 진단>은 대외적 차원의 ‘불통’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저변에 깔고 있다. 소통을 거부한 채 가시적·비가시적 폭력으로 일관하는 현 정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해볼 수 있는 지면이다. 또한 익명 고발 코너인 <무구유언>은 대학원 내에서의 ‘불통’ 상황에 대해 거침없이 지적한다. 선관위의 불공정 행위, 법인의 기업식 학교 운영, 총학생회의 무원칙적 전대회 진행에 대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껏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든든했다.


 대학원신문의 ‘소통’에 대한 관심은 ‘개인’으로서의 대학원생에 대한 조명으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소통’은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실질적인 차원으로 이동한다. <다짜고짜 인터뷰>는 특정 원우의 생생한 일상을 포착하고, <청룡백서>는 이러한 일상을 비애의 측면에서 실감나게 그려낸다. 그리고 <굿바이 스트레스>는 대학원생의 존재론적 비애를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친근한 언어로 제시한다.
각각의 코너들이 다양한 개성을 추구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시대의 문제의식을 탐구해나가는 모습 속에서 대학원신문의 잠재력을 본다. 그래서 사소한 단점에 대한 지적보다는 계속해서 ‘네 멋대로 하라’는 주문으로 평가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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