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UCC에 대한 학제간 논의


Q.
  김민중 / 영어영문학과 석사과정

인터넷 UCC 저작물은 가히 21세기 최고의 문화키워드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16세기 르네상스 희곡부터 19세기에 등장한 소설까지 많은 문학 장르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관객, 독자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그 형식과 내용이 크게 좌우되었다. 하지만 UCC는 애초 제작행위의 주체가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문학 및 예술 장르와 확연히 구분된다. 그렇다면 UCC를 논할 때 그 내부와 외부는 어떻게 나뉘며, 그 둘은 서로 어떠한 관계를 맺을까. 예술작품이 외부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크게 경제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작가가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펼치기 위해서만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 어느 시대이든 인간은 생계를 이어가야하고 그러기위해서 대중 혹은 권력자가 좋아할만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흥행과 경제성의 원리이다. 또한 예술작품이 그 유통이 이뤄지는 사회의 정치적 흐름을 거스른다면 작품의 존립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이는 셰익스피어처럼 궁궐의 정치적 기류에 따라, 권력에 부합하는 작품이나 현실의 정치적 오점을 공격하는 작품을 쓰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이제까지 예술작품은 살아남기 위해 외부세계와 소통하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UCC의 경우 근본적으로 소재와 형식에 있어 위의 두 가지 요소로부터 자유롭다. 때문에 앞으로 UCC의 제작행위에 대한 접근은 이제까지 예술작품의 그것과 분명히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클로버필드>는 일반대중이 제작자가 되는 UCC가 역으로 극장에 침투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일종의 페이크다큐로서 테러의 현장에서 일반인이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으로 가장한 화면이 시종일관 펼쳐진다. 이처럼 극장 스크린에까지 침투한 UCC가 과연 어떤 맥락에서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문화연구학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분석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본다.
 

A.
  조동원 / 문화연구학과 박사수료

UCC는 우리사회의 변화를 가리키는 하나의 열쇠말임에 틀림없다. 우선, ‘이용자’가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위의 지적처럼 구전설화, 동화, 민요 등을 보면 대중 공동의 창작행위는 언제나 있어왔다. 근대 자본주의의 생산관계가 일반화되면서 일반 대중들은 소비자나 향유자의 위치에 붙박히게 되었지만, 다시 사람들은 그 사회적 관계를 벗어던지고 직접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20년 전 아날로그 비디오카메라의 보급, 10년 전 디지털 비디오카메라와 비선형 편집 프로그램의 보급, 그리고 지금 광대역 인터넷과 무선통신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제작과 유통을 위한 시스템에 이용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전자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예술가’ 없이도 생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 생산의 민주화가 진척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제작물을 보면, 사정이 꼭 나아진 것만은 아니다. UCC는 그것을 실어 나르는 산업적 유통망이 갖춰지고, 웹2.0의 유행과 더불어 새로운 수익창출을 기대하는 자본의 광고활동이 있고 나서야 현재와 같이 널리 알려졌다. UCC가 유행하기 시작한 2005년은 유튜브나 판도라TV가 서비스를 시작한 때였다. 기술의 발전은 그 유통의 채널과 플랫폼을 엄청 쏟아냈지만(디지털TV, 케이블, 위성, 인터넷미디어, DMB, IPTV 등), 정작 이것들을 채울 콘텐츠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때, UCC는 전문 제작물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타개할 하나의 콘텐츠 개발 영역으로 주목받았다. 이용자들은 즐거이 창작하고 나눌 뿐이지만, 구글에서는 16억 달러를 들여 인수할 사업영역이었을 뿐이다. 결국 UCC를 통해 우리는 문화산업에 의해 어떻게 대중의 자유로운 창작과 공유가 주변부로 밀려났는지를 알게 되며, 다시 그것이 주류 대중문화 안으로 포착될 때는 결코 경제적 측면(‘흥행의 원리’)과 정치적 측면(‘권력에 부합’ 혹은 ‘공격’)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맥락에서 취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 방송물이나 영화를 되섞은 UCC들을 저작권으로 문제 삼고, 이를 만든 이용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빈번하게 삭제되는 일(검열)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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