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시대’ 탄생의 주역, 혹은 현 정권의 ‘실세 중의 실세’라 불리는 한나라당 이재오 전(前)의원이 지난달 16일, 본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로 위촉되었다. 지난해 본교로부터 정치학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은 지 일 년여만의 일이다. 이 전의원은 오는 7일부터 국제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 동북아 문제에 대해 매달 두세 차례 특강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벌써 교수연구동 7층에는 개인연구실까지 마련되어 있다. 객원교수에게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대우이다.
지난해 이 전의원의 학위수여식이 열리던 날, 학교본부는 반대하는 학생들의 침묵시위를 교직원 80여명을 동원, 폭력적으로 진압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이를 “우리 시대 최악의 학위수여식”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명예학위수여에 반대한다면 학위를 받는 사람이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늦긴 했지만, 이 전의원이 과연 학위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교수로서 강단에 설 자격이 있는지 따져보자.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이 전의원은 오는 10월 재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지난 대선 당시, 박범훈 총장이 이명박 캠프에서 선대위원장직을 맡아 학내외에 큰 소란을 일으켰는데, 정치인을 교수로 임용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 불 보듯 뻔하다. 그것도 보통 정치인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이다. 이 전의원은 지난 설날에 백두산 천지에 올라 “이명박 만세”를 외쳐 거의 “어버이수령 만세”나 다를 바 없는 행태라고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게다가 이 전의원은 대표적인 대운하 지지자이기도 하다.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의원은 북한과 한반도, 동북아의 미래에 관해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북의 위협이 사라지고, 평화로운 통일이 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동북아로 진출하고 우리나라가 강성해지는 꿈을 꿉니다. 그래야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오는 겁니다. 운하가 4대 강에서 임진강·대동강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다시 철길로 신의주·블라디보스토크·동부 시베리아·유럽으로 연결되는 대륙의 꿈 말입니다. 운하는 그 출발점입니다.”(<중앙일보>, 2008년 5월 30일자)
북한의 ‘위협’을 제거하고 대운하를 기반으로 대륙으로 뻗어나가겠다는 그의 말에서 제국주의적 야심마저 보인다. 그가 꾸는 ‘대륙의 꿈’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대착오적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본교는 차기 집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휴식처나 선거캠프, 뉴라이트의 놀이터가 아니다. 학교본부는 정치권력과의 연줄을 이용하려는 낯 뜨거운 행태로 본교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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