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 / 심리학과 석사과정

막연한 두려움과 떨림, 대학원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의 마음이다. 입학 전에 장밋빛 대학원 생활을 상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대학원의 이미지는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우아하게 책을 읽는 지성미가 넘치는 공간이었는데, 그 상상은 마치 드라마 <꽃보다 남자>보다 더한 판타지였나보다. 막상 실제로 겪고 있는 대학원은 냉정하면서도 엄격한 곳이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으로 나의 다크서클은 턱까지 내려가고 있다. 선배들도 토닥토닥 격려해주고, 동기와 함께 도란도란 수다로 서로를 다독이면서 위로받고 있기는 하지만, 매일매일이 쳇바퀴 같아 이따금씩 등굣길이 징글징글해진다.
 

그럴 때마다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조그맣고 한적한 카페를 찾아간다.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아침 내내 책을 읽기도 하고, 달콤한 케이크를 음미하기도 하고, 다이어리에 끼적끼적 낙서도 하다가, 고향친구와 전화로 고민상담을 하거나 쓸데없는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 이것도 복이랄까. 자취집이 신촌 근처라 조금만 걸어가도 이대와 홍대 주변의 카페골목이다. 그래서 예쁘고 조용한 카페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떤 날은 낯선 동교동 주택가를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는 곳에 무작정 들어가기도 한다. 홍대 주변에는 작지만 특이하고 조용한 카페가 많기 때문에 이런 모험이 실패하는 법은 거의 없다. 그렇게 알아간 카페가 벌써 여러 군데라 나만의 지도를 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늘 새로운 곳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노상 가는 카페라도 그날그날 내 기분에 따라, 마시는 음료에 따라, 혼자 가는지 혹은 누구와 함께 가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른 공간이 된다. 
 

무료한 기분이 들 때마다 골목의 독특한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 자체가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멀리 어디론가 떠나지 않아도, 카페가 늘어선 골목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어느새 활력을 찾곤 한다. 이 작은 기쁨을 찾아 나서면서 어느덧 대학원 생활의 무료함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 같다. 카페 순례는 혼란스럽고 짜증날 때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갖게 해준다. 익숙하지 않은 대학원 생활에 쉽게 적응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카페 순례’라는 나름의 노하우를 통해 견뎌나가는 중이다. 누군가는 카페에 왜 혼자 가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카페에 혼자 앉아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쓸모없어 보이는 일일지 몰라도, 그곳에서 나는 배터리를 충전해 다시 일상과 마주할 힘을 얻는다. 카페는 내게 단지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닌, 바쁜 와중에도 ‘나’를 생각하고, 잃지 않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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