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 / 경상대학교 연구교수

과잉축적의 모순이 야기한 경제위기

‘세계의 공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의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6.8%를 기록해 천안문 항쟁 여파로 인한 경제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중국 해관(海關)에 따르면, 작년 1분기와 비교해 올 1분기 수출은 20% 하락했고 수입은 30.7% 하락했다.


수출입뿐 아니라 국내 생산에서도 경기침체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작년 말에 이어 올해 초반에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PMI가 50% 이하면 긴축성장을 의미하는데, 작년 12월(41.2%)부터 계속 50% 이하를 맴돌고 있다. 산업생산은 2007년에 18% 증가했지만 2008년에는 5.7%로 급감했고, 올해 1~2월 공업 부가가치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에 그쳐 1997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5~7%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중국경제가 5.5%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분적인 버팀목에 불과한 경기부양책


중국 지도자들은 신규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8%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년 연말과 올해 초, 급격한 경기위축에 직면하자 중국 지도부는 위기감을 느꼈고, 이에 대한 대응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5일에 열린 국무원 회의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2007년 중국 GDP 규모가 25조 위안인 점을 고려하면 4조 위안은 GDP의 16%에 해당하는 대대적인 규모다. 이로 인해 중국의 거시경제정책은 ‘바오쩡장’(保增長, 전면적인 경제성장 추진)으로 바뀌었다. 이번에 발표된 경기부양책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 간의 정책이라는 점, 이전에 발표된 내용의 중복이라는 점, 재원마련을 위한 계획이 없다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지만, 한편으로 급격히 추락하던 중국경제에 부분적인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1~2월 민간 고정자산투자가 급락하자 정부 지출이 이를 메우고 있다.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는 남방항공 같은 대형 국유기업의 부실을 세금감면이나 공적자금 공급으로 메워주고 있다. 그 외에도 수출 보조금 확대, 각종 금융정책에서의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추진 중이며, 농촌 빈곤층에게 1인당 1천2백 위안(24만 원 가량)을 보조하는 것을 포함한 사회적 지출도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기부양책이 경기의 급속한 침체를 약간 완화할 수 있을지언정 중국 지도부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여기는 8%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제 전망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어둡게 보이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기업의 수익성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에 세계은행이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이 기업의 이윤율 증가에 기인한 것이고, 투자수익률은 16~18%에 이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은 결코 과열이 아닌 정상적인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산웨이장(Shan Weijian) 같은 학자는 세계은행의 수익성 추계치는 자본소득 같은 요소를 이윤에 포함시켜 이윤을 이중으로 계산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 기업의 이윤 마진이 2000년대 들어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국유기업들은 받아야 할 어음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국유기업 부실에 이어 국유기업에게 대출해준 국유상업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도 “중국 GDP 성장에 한 가지 모순이 있는데, GDP의 50% 정도가 고정자본투자에 들어가고 연간 고정자본형성이 30%에 이르는데도 전체 경제가 10% 이상 성장할 수 없었다는 점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는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터지기 전에 폴 크루그먼이 중국경제가 총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은 점 때문에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 경고를 연상시킨다.


둘째는 중국경제의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이 이번 위기로 심각한 모순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래로 중국은 수출을 위한 제조업 생산이 국내 소비를 위한 것에 비해 2.4배나 많을 정도로 수출의존적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중국이 최근 세계 3위의 무역대국이 된 것도 이를 반영한다. 중국의 수출입 제품의 구성에서 보더라도 저기술 제품 비중은 줄어들고 하이테크 제품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 구조에서 차지하는 지위도 바뀌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표현은 중국이 농업국가에서 제조업 중심의 개도국으로 변모했다는 의미보다는 다국적기업이 지배하는 세계적 생산연관구조에서 핵심적인 중간고리 역할을 하는 존재로 바뀌었음을 나타내는 용어가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다국적기업들은 세계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지로서 중국을 선택하여 생산시설을 위한 투자를 확대했다. 1993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해외직접투자(FDI)가 이를 나타내준다. 또 아시아개발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동아시아 수출품의 61.3%가 서방 선진국으로 향하는데,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서방(특히 미국) 소비시장에 제조업 제품을 수출하고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대신 그 흑자 자금으로 선진국의 국채나 채권 등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나 남미 그리고 일부 동아시아 국가들로부터는 원자재를 수입하고 그 대신 제조업 제품을 수출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위기로 서방 국가들의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자, 중국과 한국 등 주로 서방 국가들에 수출하던 국가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앞에서 지적한 바처럼, 중국의 수출입 규모가 급격히 하락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격랑의 중심에 선 중국경제

 


중국정부가 수출 수요의 급격한 하락을 벌충하기 위해 내수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TV, 에어컨 등 각종 전자제품 생산시설들이 수요에 비해 네 배 이상이나 되는데, 이는 과잉축적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2005년 중국 상무부는 6백개 소비재 중 70% 이상이 과잉공급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소비재 수요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같은 민간소비 증대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GDP에서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의 53%에서 2006년 40% 이하로 하락했고, 민간소비도 같은 시기에 47%에서 36%로 하락했다. 민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나 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대중소비사회가 아니다. 더욱이 중국에서 지난 30년 동안 지속된 시장개혁은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켜 엄청난 부자들은 더 늘어났지만 대중소비를 향유할 계층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중국정부의 민간소비 확대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힘든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중국경제는 2003년부터 시작된 과잉축적의 모순과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라는 이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자본 가치의 파괴가 일어나고 선진국 소비 축소로 수출기업들이 무너지며 이전의 호황기에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경제위기는 노동 대중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이미 3천만 명의 농민공들이 일자리를 잃고 농촌으로 되돌아갔다. 착취에 기초한 축적에 대해 불만이 증가하고 있는 노동대중을 고려하여 노동계약법이 2008년부터 시행됐지만 그 효과는 일부분에 그치고 있다. 시장개혁이 추진되면서 증대된 빈부격차와 이번의 경제위기가 결합되면서 중국 사회는 한층 불안정해지고 있다.


중국 지도부 중 일부는 이번 경제위기를 세계 열강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듯하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전략자원 확보, 외환보유고의 정치적 활용 등이 이런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이번 경제위기에 대한 구원자로서의 역할보다는 내부적으로 첨예해지는 계급갈등과, 외부적으로 세계 지배구도에 진입하려는 시도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불안정과 격랑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