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팻 / 문화칼럼니스트

예술을 통한 자아찾기


                                            ■아이공에서 활동하는 김현주 작가

스산한 바람과 소나기 때문에 철에 맞지 않게 늦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던 4월의 끝자락에 김현주 작가를 만났다. 작가이자 어머니로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보다 생기가 넘쳤다.



Q. 조형예술작가의 길을 걷게 된 동기가 있다면.
학부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책상에서만 하는 작업에서 프레임의 한계를 느꼈다. 경험주의적 시각으로 새롭고 다양한 것을 접해보고 싶었다.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Fine Art’를 전공하면서 몸으로 접근하고 몸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Q. 자신의 자아찾기, 특히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자아찾기가 작품의 가장 큰 주제인 것 같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4개월 정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같은 병실에 입원 중이던 할머니 한 분의 수발을 가끔 들어드리곤 했었는데 어느 날 그분이 돌아가셨다. 그 후 인간의 존재나 정체성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갖게 되었다. 당시 내 나이가 스물둘 혹은 스물셋이었다. 이후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직계가족에서 해방되고자 유학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나의 가정을 만든 셈이다. 당시 내게 중요한 것은 여성의 자아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내 존재에 대한 물음이었을 뿐이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
애착이라기보다 전환점이 되었던 작품이 2005년에 제작한 <스티로폼 헤드>이다. 가벼운 특성을 지닌 ‘스티로폼’이란 오브제를 통해 존재에 대한 물음에는 정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이 작품을 만들면서 존재의 대상을 ‘여성’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성으로 받아들여지더라.


Q. 6월에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쫜쫜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작가·노부부·40대 주부의 방 등 타인의 방에 있는 물건을 모두 다 꺼내 쌓아놓은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40대 주부의 방이라면 장이나 서랍 속 물건은 그녀 자신의 물건이 아니라, 아이들의 물건일 수도 있다. 작가에 의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물건을 꺼내놓고 쌓아놓은 모습은 상당히 낯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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