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의 기업식 학교 운영

(본 코너는 거침없는 비판을 위해 익명으로 글을 싣습니다. 투고 coooo0@cauon.net)

 


 지난 3월, 학기의 시작부터 학교는 대내외적으로 요란하였다. 이 요란함의 정체는 학교를 대표하는 인물에 대한 비난과 실망의 목소리로 시작되어 현재 법인의 행정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필자는 학교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학교 소개글을 보던 중, 학교법인의 학교운영 철학과 이념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법인은 총장선거도 이전투구식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세계와 환경에 빠르게 대처하는 방식으로 상명하달식의 조직풍토를 학내 구성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각 학과사무실과 행정 부서들은 새로운 예산 집행 방식인 물품 통합구매시스템(MRO: Maintenance, Repair Operation)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시스템 활용 방식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정은 생략한 채 일괄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따르길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의 사용목적에 맞게 알뜰한 살림을 하자는 것을 넘어서 예산지출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 시스템에 의하면 당장 필요한 문구류조차도 주문하고 수령하기까지 최소 일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행정 관계자들도 잘 모르는 상태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행정 착오는 각 학과 조교들의 업무 처리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부처에 불편사항을 항의하면 학교 정책이니 따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러한 행정 절차상의 어려움 때문에 물품구매가 위축되고, 예산 이월도 불가능해서 학교로 반납하는 금액을 생각하면 학교는 지출감축을 통해 재산만 불리고 있는 셈이다. 또 A4용지를 H제지사 것만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등 기업 간의 결탁도 의심된다.
이곳은 기업이 아닌 엄연한 학교이다. 학교는 많은 학생들의 배움의 장이면서 동시에 국가의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즉, 학교는 단순히 기능과 기술만을 가르치는 기계적인 인재 양성소가 아닌, 민주적 시민으로서의 덕목과 교양을 바탕으로 그 학식이나 재능을 자유롭고 정의롭게 활용할 줄 아는 자를 배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있는 학교법인의 학교 운영방식이 과연 소속된 구성원들, 특히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과연 학교가 말하는 우리 대학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그리고 ‘실행력 강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이익을 최우선의 목적으로 삼는 기업식 운영방식이 학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에 문제는 없는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검증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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