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석 / 매체연구가


‘유비쿼터스’는 ‘어디든지’라는 뜻의 라틴어 ‘ubique’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을 정보개념에 처음 응용시킨 이는 1988년에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에 근무했던 마크 와이저(Mark Weiser)라는 연구원이다. 와이저가 보았던 미래의 비전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었다. 이는 문 손잡이, 화장실 휴지걸이, 거울 등 모든 사물에 컴퓨터 칩을 집어넣어 어디서든 컴퓨팅이 가능하게 된 첨단의 미래 환경을 지칭한다. 와이저의 ‘유비쿼터스 컴퓨팅’ 모델은 사이버펑크 소설가 필립 K. 딕의 소설 <유빅>(Ubik, 1969)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개념은 1999년 일본 노무라 연구소에 의해 ‘유비쿼터스 네트워킹’ 개념으로 대중화된다. 노무라 연구소의 개념은 모바일 브로드밴드 등을 통해 어디서든 컴퓨터에 연결된 인간, 그리고 사물과 사물이 대화하는 요즘의 ‘유비쿼터스’ 개념과 비슷하다. 이는 인터넷과 휴대폰이 대중화된 시대의 유비쿼터스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판 유비쿼터스의 비전


유비쿼터스 라이프(U-라이프)를 위한 사물의 정보화는 우리에게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공간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유비쿼터스 공간은 RFID칩(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주파수 추적칩)과 U-센서 기술을 통해 인간이 사물들에게 말을 걸고, 사물들끼리 서로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기술적으로 이들 센서와 칩들은 특정 전파의 신호를 분석하여 정보를 식별해내고 판독하는 방식을 통해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사람과 소통하게 한다. 이 고유 전자 식별과 안테나 혹은 코일은 위치 정보를 제공하면서 어느 곳에서든 추적하고 식별하고 그 안에 담겨진 정보 내용을 수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좁쌀만한 칩이 인간피부에 이식되면 인간 스스로가 살아있는 사물이 된다.       
유비쿼터스 도시는 모든 것이 지능화되고 연결된 풍요의 디지털 영역을 상징한다. 이 새로운 도시는 인공지능의 건물들에다, 기동성을 보장하는 디엠비(DMB) 휴대폰, 인공위성 위치추적 시스템(GPS) 네비게이션, RFID칩, 아이팟 등 최신의 첨단 전자장비들이 어디서든 연결되고 각종의 문화 콘텐츠를 어디서든 소비할 수 있는 최첨단 공간이 된다. 송도 국제도시, 서울 상암동 국제미디어시티(DMC), 파주의 교하 신도시 등 유비쿼터스 도시의 개념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풍요로운 미래의 도시 안에서 응용되는 유비쿼터스 기술은 흔히 듣던 ‘명품도시’의 기본 자격조건이기도 하다. 광통신망, 모바일 네트워크, 완벽한 보안 장비, 지능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 완벽한 자동 실내 시스템, RFID칩을 장착한 가전제품 등이 도시형 아파트 입주의 기본 옵션이 된다.  
 모두들 “도시가 경쟁력”이라 외친다. 유비쿼터스 도시는 그 슬로건 아래 있다. 유비쿼터스 도시는 어디서든 오락 콘텐츠와 통신에 접속가능한 미래 디지털 공간의 모습이다. 문화의 경제 수단화는 공간 개념과 결합되면서 ‘문화도시’와 ‘창의도시’(creative city) 개념을 만들어내고, 첨단의 기술과 합해지면서 ‘디지털(국제)도시’ 혹은 ‘테크노도시’의 신개발주의 미래를 구성한다.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다 조악한 ‘친환경’ 이미지까지 덧씌운다. 이러한 목적으로 추진되는 각종 유비쿼터스 도시는 디지털 기술이 선사하는 장밋빛 미래 공간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 건설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한 21세기형 토목을 따르고 있다고 보면 딱 맞다. 유비쿼터스 도시는 기존 토목ㆍ건설의 개념에 정보와 미디어가 합쳐져 부동산 시세를 올리고 정보인프라와 통신 장비들의 고정 수요를 창출하는데 일조한다. 실제 유비쿼터스 도시는 재벌 기업의 가전 관련 계열사, 해외 자본가, 국내 유ㆍ무선 통신 회사, 건설업자, 미디어 콘텐츠 기업의 컨소시엄에 의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공간 리모델링을 통한 이윤 창출의 논리를 따른다. 투기의 또 다른 근원지인 재개발 프로젝트인 ‘뉴타운 사업’의 구상만큼이나 속물적이다.

공간 정보의 권력과 유비쿼터스


공간 개조를 통한 디지털 리모델링에 의해 생성된 미래 도시의 핵심에는 위치 정보의 디지털화 혹은 유비쿼터스화가 놓여 있다. 그 수준은 단순한 물리적 지형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서 인간과 인간, 사물과 지형이 인간과 맺는 공간 정보, 그리고 그 안의 정보 흐름을 읽는 쪽으로 나아간다. 이 구조는 삶의 편리성을 위해 사물과 인간의 위치 정보 내역을 끊임없이 중앙 서버에 보내야한다. 다시 말해 위치 정보를 알리는 인터넷, 위성, 휴대폰, CCTV, GPS 등의 플랫폼이 U-라이프의 편리성을 가져오지만, 이들은 언제부터인가 권력의 수족이 되고 권력의 ‘유비쿼터스’(편재성)를 확보하는 기술이 될 확률이 높다. 이런 유비쿼터스 도시의 미래는 영화 <다크시티>(Dark City, 1998)의 도시만큼이나 음울하고 냉혈하다. 모두들 잠든 밤에 새롭게 솟는 빌딩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주조된 기억들을 지닌 채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인간들의 인공도시처럼 말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