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집권한지 1년 2개월, 그간 법과 제도와 원칙에 있어 많은 부분이 사회적 합의 없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12년 전에 폐지된 일제고사가 부활해 대대적으로 시행되고, 이에 문제제기를 한 교사들이 줄줄이 해직됐다. 시험 당일 학생들의 체험학습은 ‘대정부 불복종 투쟁’이 되어버렸다.


지난해 10월에 치른 전국 초·중·고 학업성취도평가의 성적 조작 파문이 채 잊혀지기도 전인 지난 3월 31일,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을 대상으로 일제고사가 전면 실시됐다. 그 사이에 모두 13명의 교사가 일제고사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고 교단을 떠났다. 내신에 포함되지 않는 일제고사의 응시 여부를 학생과 학부모가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했다는 것이 파면의 이유다. “시험을 안 본 것은 나인데 왜 우리 선생님이 해임되나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담임교사와 급작스럽게 생이별을 당한 아이들이 눈물이 그렁한 얼굴로 묻는다.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이 비교육적인 행태에 아이들은 이미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번 일제고사를 치르기에 앞서 교육당국은 체험학습을 떠나는 학생들은 무조건 무단결석 처리를 하고, 관련 교사들은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교사가 일제고사 반대 선언을 했고, 학부모 1만여 명도 이 선언에 동참했으며, 학생 5천여 명은 오답 제출 선언에 서명했다. 결국 시험 당일 전국 1천400여 명의 학생들이 징계를 감수하고 교사·학부모와 함께 체험학습을 떠났다고 한다. 시험이 실시된 지 보름이 지난 현재, 각 지역 교육청에서 교사징계 여부를 심사하고 있어 조만간 대량해임과 징계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폭력적으로 대응하면 할수록 일제고사에 대한 회의와 반감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듯하다. 일례로 지난 9일 첫 직선으로 치러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획일적 일제고사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온 김상곤 후보(한신대 교수)가 당선되었다. 이를 두고 한 시민은 “일제고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대투표”라고 말했다. 교사에게서 교권을, 학생들에게서 교육권을 박탈하는 일제고사는 이미 그 교육적 가치와 목적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결과에 대한 신뢰와 절차의 정당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학생과 교사에게 양심과 소신을 저버린 채 복종만을 강요하는 교육이 제대로 된 교육일 리 없다. 진정으로 ‘진단’을 받아야 할 이들이 있다면, 학생이나 교사가 아니라 전국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장고사’를 추진하는 교육당국 관계자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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