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동 /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아웃사이더가 부재한 사회는 병을 지각할 수 없다

어떤 책은 독자에게 전망의 빛을 비추고, 어떤 책은 독자의 생각에 조용히 동의를 해준다. 내게 <아웃사이더>는 후자에 가까운 책이었다.


20대에 나는 중심에 가까워지려 발버둥쳤지만 그때마다 바깥으로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나는 안과 바깥 사이에서 진동했다. 나를 움직인 것은 중심을 향한 세속적 욕망이 아니라 바깥에서 느끼는 불안감이었다. 낙오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등 떠밀리듯 인사이드에 발을 들여놓으면 여지없이 속물성에 환멸을 느꼈고, 다시 바깥으로 물러나면 낙오자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니 나의 20대는 ‘환멸과 불안의 반복’이었다.


시지프스의 형벌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기획이었기에 탈출의 노력은 ‘도피와 귀환의 반복’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실은 도망칠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러한 자각은 <아웃사이더>의 “아웃사이더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마음 쓰지 않으면서도 열심히 해머를 휘두르며 서서히, 그리고 우회하여 새로운 가치의 창조를 계속하여온 것이다”는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아웃사이더>는 내게 ‘전망’이 아닌 ‘동의’로 다가왔다.


<아웃사이더>는 일종의 아웃사이더 연구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카뮈,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사르트르, 헤밍웨이, 헤르만 헤세 등의 문학작품에서 찾아낸 문제적 인물과 니진스키, 고흐, 니체, 윌리엄 블레이크 등의 사상가, 예술가의 세계관과 행동방식에서 ‘아웃사이더’적이라 할 수 있는 유사성을 찾아내고 그것의 숨겨진 의미를 드러낸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문외한’, ‘열외자(列外者)’의 지위에 머물러 있던 ‘아웃사이더’를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재창조한다. 


세계의 불완전함에서 아웃사이더는 태어난다. 아웃사이더는 삶의 무의미와 세계의 무가치를 아는 자이다. 하지만 그것을 묵인하지 않는다. 아웃사이더는 고뇌 속에서 질문하고 절망하면서 분투한다. 그러므로 아웃사이더가 없는 사회는 병들지 않은 사회가 아니라 병듦을 자각할 수 없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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