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덕호 / 마포FM 방송본부장

공동체라디오를 아시나요?
 

<라디오스타>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왕년의 가수왕이었던 최곤(박중훈 역)이 지역방송국의 라디오DJ를 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극화한 영화로, 라디오라는 매체가 지역사회의 소통창구가 되면서 평범한 지역민들의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서 전달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라디오를 통해 전해지면서 라디오는 진정한 소통의 도구로 자리 잡는다. 이 영화를 보고 라디오DJ를 포함한 많은 라디오 종사자들이 ‘라디오스타’를 꿈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꿈을 이루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기존 매체가 갖고 있는 틀을 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미디어는 평범한 사람들이 범접하기엔 너무도 ‘근엄’하다.

 

시민이 주인인 미디어

 


영화가 아닌 현실의 ‘라디오스타’가 가능한 매체는 다름 아닌 공동체라디오이다. ‘소출력라디오’가 기술적인 특징을 뽑아낸 명칭이라면 ‘공동체라디오’는 내용적인 특징을 강조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소출력라디오’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국회를 통과한 관련법에서는 ‘공동체라디오’라고 정의되어 있으니 ‘공동체라디오’가 더 적합한 명칭일 것이다. 공동체라디오는 평범한 이웃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소통되는 작은 방송이다. 방송권역도 반경 3km가 채 되지 않아 서울의 경우 한 개 구를 담당하기도 쉽지 않다.


공동체라디오는 지금까진 시범사업으로 진행되었으나 올해 정규사업으로 전환된다.  공동체라디오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방송위원회가 2004년에 이를 시범적으로 실시해, 현재 전국 8곳에서 공동체라디오가 활동하고 있다. 서울 관악과 마포, 경기도 성남의 분당, 충북 공주, 경북 영주, 대구 성서, 광주 북구, 전남 나주에 공동체라디오가 있다. 


공동체라디오에서는 평범한 이웃들이 라디오의 주인이다. 방송의 소유에서부터 방송국 운영, 프로그램 제작까지 모두 시민들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75세의 어르신이 MC가 되고 17살의 고등학생이 PD가 되는 것이 공동체라디오다. 평범한 아주머니들도 MC나 리포터가 될 수 있다. 우리말에 서투른 파키스탄 이주노동자도 자신의 모국어로 방송을 하고, 성적소수자들도 그들의 소통창구로 공동체라디오를 활용한다. 동네 재활용시장에서부터 골목길 공사, 도서관을 포함한 공공기관들의 다양한 행사까지 지역의 크고 작은 소식들이 전파를 탄다.


공동체라디오는 그동안 주류 방송들이 정치적·사회적·경제적인 이유로 하지 못했던, 혹은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해오고 있다. 현재 가장 두드러지는 성과는 평범한 사람들이 미디어의 주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껏 시민은 ‘시청자, 청취자, 수용자’로만 지칭되어 왔다. ‘시청자가 주인’이라는 말은 단지 구호에 불과했을 뿐이다. 방송은 단지 ‘그들만의 리그’였다. 이 같은 방송환경에서 시민들이 방송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자기 삶과 자신이 속한 사회의 주체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시민들은 수동적인 존재였다. 작은 것 하나 시민의 힘으로 이뤄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교통신호등 설치에서부터 지역공공도서관 설립까지 그동안 불가능해보였던 일들이 공동체라디오를 통해 하나씩 이뤄지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자기 힘으로 자기 주변을 변화시켜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공동체라디오에서 발견했고, 이제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미디어와 함께 사회의 주체로 성장해 가고 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작은 힘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게 방송접근 기회를 제공한 것 또한 공동체라디오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노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를 비롯해 장애인, 노점상들이 공동체라디오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인디음악인들을 포함해 사회의 비주류에 해당하는 이들의 소통공간은 다름 아닌 공동체라디오이다.하지만 부족한 점도 분명 존재한다. 일반시민들이 자투리시간을 투자해 만들어가는 방송이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크고 작은 방송사고도 잦다. 일정 조정을 잘못해 정상적인 방송에 차질을 빚어 상근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는 경우는 그래도 양반이다. 마이크를 끈 채로 생방송을 진행하는자잘한 사고를 비롯해 방송시스템 전체를 다운시키는 초대형 사고까지 각양각색이다.


방송프로그램의 폭과 깊이도 아직 부족하다. 취재가 필요한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시간과 역량 또한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지방자치 활성화라는 큰 도입취지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래도 지난 5.31지방선거 때에는 한국방송사상 처음으로 기초지자체 출마자들을 상대로 대담프로그램을 열어 인물검증과 공약점검을 했었다. 투표일 당일에는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개표방송도 진행했다.


앞으로 공동체라디오인 마포FM이 해야 할 일은 산 넘어 산이다. 그동안 시민참여미디어에 방점이 있었다면 이제는 늘 부족했던 지역언론으로서의 기능을 발전시켜야 한다. 지역의 다양한 문제들이 소통되는 공간으로 자리잡는 것이야말로 마포FM이 지역공동체의 중심에 서는 길이다. 주민의 삶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지역언론으로서의 가능성은 점차 더 커질 것이다. 삶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자질구레하지만 아기자기한 우리 생활의 이야기들이 우리 문화의 대안으로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바람이 현실이 되었을 때, 공동체라디오는 시민들의 삶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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