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내 게시판과 각층 층계 벽마다 선거포스터가 붙었다. 어제, 오늘 양일에 걸쳐 실시되는 ‘제31대 대학원총학생회 회장단’ 후보들의 선거포스터이다. 매년 단독후보가 출마해 찬반투표만 실시해왔는데, 이번에는 ‘경선’이다. 원우들 사이에서 “대학원내 경선은 처음 보는 일”이라며 흥미로워하는 반응이 많다. 후보자 등록기간을 두 번이나 연장하며 삼고초려를 한 덕택일까. 원우들의 무관심 속에 잊혀져왔던 총학생회(이하 원총)의 존재감이 부쩍 새롭게 느껴진다.
학업과 생업에 몰두하느라 바쁜 가운데 원우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학생대표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나온 양측 후보들이 반갑기만 하다. 각 진영의 공약을 살펴보니, ‘변화’를 내건 기호 1번 유인호·김부진 후보나 ‘온화한 변화’를 표방한 기호 2번 한상훈·윤영환 후보의 공약에 공통되는 사안이 있어 눈에 띤다. 양측 모두 연구등록제와 연구조교A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약속한 것이다. 사실 연구등록제와 연구조교A제도의 개선은 지난 30대 원총의 공약이었으나 대학원내 공간 리모델링 등 거대사업에 몰두하느라 거의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다음 원총의 사업으로 자연스레 인계돼버렸다. 지난해 학교 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에 본격 실행되기까지 채 일 년도 남지 않은 연구등록제가 새로운 학생대표의 당선으로 어떻게 추진될 지 주목된다.
이제, 오늘이 마지막 투표일이다. 대학원생 중 현재 재학생 신분으로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 수는 모두 2천567명. 선거운동기간이 1주일 밖에 안 되고, 배포된 공약집이 전체 유권자수의 15.5%인 400부 밖에 안 되어 양측 후보의 공약이 충분히 홍보되었는지는 사실 의문스럽다. 후보들의 공약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공청회마저 지난주 금요일 밤에 열려 일반 원우들이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간만에 치러지는 경선인데 준비가 너무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선거운동은 이미 끝났으니, 사전에 공약집을 받아보지 못한 원우들은 현재 원총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시되어 있는 공약집이라도 꼼꼼히 살펴보고 신중하게 권리를 행사하길 바란다.
수년에 한 번 있는 투표로 권력의 위임자를 선출하는 대의민주주의가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지 이미 오래지만, 현재로서는 ‘차선’이든 ‘차악’이든 투표권을 행사하여 학교 본부에 원우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위임자를 선출하는 일이 중요하다. 분명한 사실은 무관심과 냉소가 우리의 현실을 개선해주진 못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원우들의 지지서명을 받아 어렵게 출마한 ‘귀한 후보들’인 만큼, 선거관리위원회는 마지막까지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거를 진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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