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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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호]
승인 2009.03.25  15: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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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에겐 변방이 없다

얼마 전 모신문사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KTX 덕분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에 주파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로 인한 부산의 문화예술판도의 변화를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물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서울과 부산의 이동시간이 짧아졌으니 이전보다 서울로 시장을 더 뺏기는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대개 이런 질문의 이면에는 부산을 문화예술의 변방으로 보는 시선이 깔려 있다.   


시장에서 변방은 분명히 존재한다. 인구수로 따져서 시장이 형성된다면 부산도 만만찮은 소비시장이지만, 멀티플렉스의 수는 늘어나도 전시장과 공연장의 수는 요지부동이니 문화시장에서 부산이 변방이라는 오명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거다. 그러나 창작자에게 변방이란 것이 존재하는지는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예전에 비해 정보접근성이 월등히 높아진 인터넷시대에 지역의 창작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발표와 교류의 장이다. 이는 창작자들의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따라서 서울과 부산 사이의 이동시간이 짧아진다고 시장을 뺏기는지 논할 게 아니라 지역의 창작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부산에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지역의 문화시장이 변방일지언정 창작자가 변방의 인물인 것은 아니다. 변방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안문화’를 새롭게 가꿔나가는 부산지역의 ‘재미난 복수’와 ‘반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거리’라는 장을 연 ‘재미난 복수’

 


‘재미난 복수’의 사무국장인 김건우씨의 말처럼 부산지역의 창작자들은 서울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2003년 부산대 앞의 거리축제로 시작한 ‘재미난 복수’는 인디밴드, 아트마켓작가, 비보이들로 시작해 몇 년간 화려한 축제의 마당을 벌였다. 공유와 소통을 원하던 그들이 ‘거리’라는 장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재미난 복수’는 회마다 지역 창작자들의 고갈을 체감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축제에 참여해서 거리를 춤판으로 만들던 비보이들과 대학과 시내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인디밴드들의 장은 더 이상 부산이 아닌, 서울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비주류였던 그들은 그나마 시장이 있는 서울로 소비되기 위해 떠났다.


창작자들이 소비의 시장으로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시장을 확보하고 돌아오는 것도 창작자들의 선택이며, 지역에서 시장을 넓히고자하는 의지도 창작자의 선택이다. 다만 순환은 계속되어야 한다. 순환되지 않고 한쪽이 악화일로를 걷는다면 대안이 필요하다.


‘재미난 복수’는 바로 그 대안을 실험해 보기 위해 거리축제를 기획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빈곤, 성적소수자, 장애인 문제와 같은 인권과 환경 및 평화에 대한 범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발언을 문화예술의 언어로 풀어내고자 한다. 기획 네트워크 집단으로 완월동 성매매여성들을 지원하고, 해운대 달맞이축제에 지역색을 입히고, 독립영화와 인디밴드들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부산대 옆 구서어린이집을 개조해 만든 대안문화공간 ‘아지트(AGIT)’를 개관함으로서 부산을 찾는 창작자들에게 창작의 장을 제공하고 지역민들과 함께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거리로 장을 열고 공간을 순환시키고자 하는 ‘재미난 복수’의 시도는 지난 6년 동안 지역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창작자들과 연계하며 이루어낸 결과이다.

   

■‘재미난 복수’가 진행한 행사. 헌 신발에 봄꽃을 심고 시민들에게 분양했다.

 

부산 미술과 10년을 동거동락한 ‘반디(Space Bandee)’

 


몇 년 동안 중국미술의 급부상으로 덩달아 한국미술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평면회화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까지 나오자 기업형 갤러리들은 젊은 작가들과 앞다투어 전속작가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작품을 파는 것은 30년의 작가생활을 해야 가능하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오늘날 작가는 말 그대로 소비되고 있다. 부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해운대 노른자 땅엔 서울과 세계 대도시에 지점을 둔 갤러리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술과 대중이 가까워질 수는 없었다. 찬란한 상업갤러리에 곱게 걸린 그림들은 KTX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내려와 볼 수 있는 이들이 향유하는 고가의 상품일 뿐이다. 여러 면에서 부산의 미술은 내실을 다지기 전에 시장에 함몰되기 쉬울 듯하다. 작가로서의 성공이 판매로 규정되는 이유는 유통이 적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 속에서 대안공간 ‘반디’는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해 대안적·발전적·진보적 미술문화 형성에 기여해왔다. ‘반디’는 비영리 공간으로 지역 미술인들의 후원과 지지를 받으며 지역 미술의 담론형성과 교류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2007년 폐업한 목욕탕을 개조해서 전시공간을 옥내외로 늘리고, 강좌공간을 확보하는 등 지역주민과 작가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5회째를 맞는 국제비디오 페스티벌은 국내 8개 작품과 해외 추천작 24점을 상영하여 동시대 영상미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60여개 국가의 500여 미술관련 공간에 전시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묶은 책자를 발송해 작가들에게 직접적인 해외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해외교류프로그램 기획과 지역 작가들을 위한 거주공간 마련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의 문화운동은 지역성과 거리 때문에 주류문화에 편입되기 어려운 구조다. 즉, 애초부터 대안문화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소비되지 않고 소통하기 어려운 것이 ‘비주류’이고, 소비와 상관없는 새로운 판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실험’이자 ‘독립’이다. 지금 부산에선 이러한 ‘실험’과 ‘독립’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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