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적 학습은 권리일까?

 강신영 / 청소년학과 석사과정


Q. 청소년들은 시험기간이 되면 “시험범위가 어디야?”, “범위가 왜 이렇게 많아”라며 야단법석이 됩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점수에 따라 상이나 벌을 받거나, 뿌듯함 또는 수치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시험범위도 교사가 정해준 것이고, 평가방식도 학교에서 정해준 것입니다. 초등학생들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모가 짜준 학원과 학습지 스케줄이 빠듯합니다. 이렇게 교사와 부모에 의해 학습과정과 평가과정이 주도되는 것이 학습자인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저는 청소년 인권 중에서도 발달권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가 청소년 발달권 중 인지적 영역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 강제될 경우, 학습결과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교육심리학적 입장에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이외에 청소년 발달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습현장에서 어떤 교육적 방안을 모색하면 좋을지 알고 싶습니다.

 

 김지아 / 교육학과 박사과정


A.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을 주도하는 대신 외적인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학습방식은 청소년들의 인생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부모나 교사에 의해 강요되는 스파르타식 교육이 단기적으로는 매우 큰 교육효과를 나타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이러한 교육방법은 학습자 스스로 동기를 갖고 학습에 임하고자 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계발의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주도적 학습’이란 학습자가 직접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학습과정과 전략, 학습자원 등을 결정하여 학습을 수행하고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는 타인으로부터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동기와 성취감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학습방법입니다. 이러한 자기주도적 학습은 동기이론의 ‘내적 동기’를 통한 학습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와 교사의 칭찬이나 금전적ㆍ물질적 보상, 처벌의 면제 등 외적인 이유로 학습에 임하기보다는 자신의 흥미와 즐거움, 호기심과 같은 내적 동기로 인해 스스로 학습하는 태도를 지녔을 때 자기주도적 학습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학교현장에서 사용되는 외적 동기에 의한 학습 효과는 일시적이며, 그 보상에 대한 조건이 사라진 후에는 의존적이고 무기력한 학습자의 태도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학습형태와 대학진학 후의 모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내적 동기 없이 부모의 기대나 강요에 의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입학 후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무기력해지거나, 뒤늦게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1학년을 마친 후 전과나 편입을 원하기도 하고, 졸업 후에야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고 다시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내적 동기 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결여된 교육환경 속에서 자라난 부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기부터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와 부모는 간섭과 강요 대신 학습자가 주체적으로 시간관리, 성취감 높이기 등을 계획해서 실천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주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학습환경을 조성해 좀 더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자기주도적 학습의 교육적 효과는 단순히 시험성적을 높이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 자신의 인생설계, 주어진 학습과 일에 대한 주인의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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