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렇게 생긴 토종이 애기 잘 낳고 살림 잘하는 스타일이죠. …… 사실 (조그만 게) 감칠맛이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풍류를 알면 정치를 잘할 수 있다”는 주제로 행한 국회 강연에서 본교 박범훈 총장이 축하공연을 해준 여제자를 두고 한 발언이다. 국회의장을 비롯해 집권당 대표와 여성의원들까지 참석한 자리였다. 한 인터넷 신문을 통해 이 발언이 동영상과 함께 기사화된 뒤, 주요 일간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관련 기사가 일제히 게재됐고, 각 정당과 여성단체들도 비판적인 논평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렇듯 파문이 확산되자 본교 홍보실은 문제의 발언이 “작은 체구의 토종의 소리가 감칠맛이 더 있다”는 의미였다며 사태수습에 나섰고, 급기야 당사자인 여제자가 또 다른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소리가 감칠맛 나잖아요. 그게 잘못 전달된 것 같아요”라는 인터뷰를 하기까지 했다. 결국에는 박 총장이 “문제가 된 표현은 국악과 관련된 강연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용어”라며 직접 해명에 나서게 됐다.


그러나 상황은 안타깝게도 ‘지못미’이다. ‘중앙人’ 의혈광장에 올라온 본교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의 반응 역시 “학교가 창피하다”는 성토와 빈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앙대학교 성평등을 지향하는 여교수 일동’ 등의 명의로 발표된 본교 교수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이다. “여교수, 여학생 등 학내 여성구성원들에게 깊은 성적 굴욕감과 심리적 상처”를 남긴 발언을 했는데도 “어리석은 해명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수준에 맞춘 정치(情癡)한 정치적(政治的) 눈높이 교육이었다는 독특한 해석도 있지만, 문제의 강연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공개석상에서 성희롱 의혹을 살 만한 비하 발언을 하고 여성의 외모를 희화화한 것은 확실히 부적절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중앙대 가면 저런 거 배워?”, “우리 아들 다니는 학교인데, 총장 수준이 저 정도였나?”, “중앙대 진짜 가고 싶었는데 총장 말 하는 거 보면 가기 싫네요” 같은 수많은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총장’은 중앙대라는 학문공동체 전체를 대표하는 직위이다. 이번 일로 박 총장은 자신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 본교의 위상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주는지 절실히 깨달았기를 바란다.


이번 박 총장의 강연은 “음정과 박자, 화음과 장단을 잘 지켜야 하듯이 정치인도 법과 질서 그리고 화합을 이룩해야 한다”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음정, 박자, 화음, 장단이 필요한 것은 정치인뿐만이 아니다. 본교의 구성원들이 박 총장에게 바라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본교를 위한 화합의 추임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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