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오늘도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어쩌면 지금도 발제문을 쓰느라 손가락이 노트북 자판 위에서 사자에게 쫓기는 얼룩말처럼 맹렬히 질주하고 있을지도 몰라. 세렝게티의 얼룩말은 진짜로 사자에게 쫓기는 생사의 갈림길에서만 스트레스를 받지. 주가가 언제 다시 오를지, 첫 데이트에서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들을 머릿속에서 스스로 만들어낼 만큼 지능이 높은 인간과 사회적 영장류에게만 있다구.
스트레스는 교감신경계를 자극하면서 일시적으로 위험을 극복하게 해주기도 해. 페이퍼 마감 날, 새벽 4시를 알리는 시각에도 총명한 눈초리와 놀라운 스피드로 논문을 읽어가는 것처럼 말야. 그런데 문제는 교감신경계 호르몬 중에서도 특히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당질코르티코이드’라는 호르몬이야. 얘는 페이퍼를 제출한 후에도, 지도교수와 면담이 끝난 후에도 혈관 속에 남아있거든. 얘가 미적거리다 드디어 사라지려는 순간, 당신이 아르바이트 시간에 늦어 버스를 탈까 택시를 탈까 안절부절 하자 “나 없인 안되겠지?”하면서 다시 눌러앉는 거야. 그러길 반복하는 동안 우리 몸의 항상성과 균형이 차차 무너진다는 거지.
당신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비교적 최근에 출현한 ‘정신적 스트레스’라는 새로운 공룡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어. 스트레스는 대사를 방해하고, 혈압을 상승시키고, 백혈구를 파괴하고, 방귀를 뀌게 하고, 성생활을 엉망으로 만들며 그것도 모자라 뇌를 손상시킬 수가 있거든.
그럼 어찌해야 좋겠냐고? 그렇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어디선가 도사리는 위험을 피해보겠다고 ‘오늘의 할 일’목록을 꼼꼼히 만들며 지내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니까. 우선 현상 이해가 스트레스 감소의 첫 조건이라는 걸 명심해 둬. 다음 호는 ‘스트레스와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해. 다음 호에서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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