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에 직면하여 각국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리나라도 2013년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으로 지정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이를 대비한 에너지정책으로 2008년 국가에너지 기본 계획이 마련되었고, 저탄소 녹색 성장을 목표로 새로운 에너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정책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대폭적인 확충을 지향하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사회적 갈등과 환경 위험의 원인이 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을 핵심 에너지원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종합 기본계획’의 후속 계획으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이하CCS:Carbon Capture Storage)을 신성장동력 기술로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산화탄소 포집·수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딜레마


CCS기술은 화력발전소와 같이 화석연료의 연소로 인해 대규모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배출원을 대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는 기술 전반을 일컫는다. 먼저 이산화탄소의 분리·포집 기술에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관련 설비에 통과시키면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연소 후 분리 방식’, 가스화 설비가 장착된 화력발전소에서 연료를 연소 전에 가스화시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연소 전 분리 방식’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산소 공급 연소 분리 방식’이다. 이는 석탄을 연소시킬 때 연소재로 일반 공기가 아니라 순수 산소만을 투입하여 질소 없이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만 이루어진 배기가스를 방출시킨 후, 다시 이 배기가스에서 수증기를 응축시켜 이산화탄소만 분리·포집하는 기술이다. 이 세 가지 기술은 이미 개발이 되어 있으나 모두 경제성을 획득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산소 분리 방식을 도입한 연구용 석탄발전소만이 지난 해 독일에서 가동을 시작했으며, 연소 전 기술의 경우는 2014년 시범 가동이 예정되어 있다. 또 연소 후 기술은 2020년에야 경제성 획득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들 기술은 신재생에너지가 시장성을 확보할 때까지 이미 존재하는 화력발전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들 기술 모두 에너지 추가 투입 및 효율적인 산소 생산과 같은 새로운 인프라 구축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분리·포집된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먼 저장장소까지 수송되어야만 한다. 수송방법에는 파이프라인을 이용한 수송이나 선박, 철도, 화물차를 이용한 수송

이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경제성 혹은 생태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CCS기술을 대규모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파이프라인과 대형 탱크가 장착된 선박 수송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이산화탄소가 수송가능한 임계상태나 액체상태로 유지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적정 압력과 온도 유지가 필수적이다. 즉, 수송에도 분리기술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추가 투입이 필요하므로 이들 설비 자체가 또 다른 이산화탄소 방출을 야기시킬 수 있다. 게다가 주거지역을 지나는 파이프라인 파손이나 선박 충돌에 의한 이산화탄소 누출은 심각한 기후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포집, 수송된 이산화탄소는 다양한 방식으로 저장·고정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탄산이나 드라이아이스를 생산하여 이산화탄소를 고정하거나 중합체 원료로 이용하는 방법, 지질구조를 이용해서 저장하는 방법과 해양에 이산화탄소를 포획해두는 방법 등이 있다. 폐광이나 폐유정 혹은 가스정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도 있고, 심해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서 하이드레이트층을 이루게 하여 저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CCS기술은 과연 올바른 대안일까?

CCS기술 지지자들은 이 기술이 현재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경제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에서는 CCS기술이 생태적인 측면과 안전 측면에서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분리기술은 예상보다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낮고, 수송기술은 파이프라인 누수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폐광 등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경우, 석탄층에 저장된 이산화탄소 누출이 지하수 성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심해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경우에는  심해 생태계 파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해양 저장에 대한 엄격한 규제 등 관련 법규를 만드는 것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기술개발에 속력을 내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기존 화석에너지 시스템을 연장하는 이들 기술에 자본이 쏠리면서,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이 지체될 수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처해있는 위험은 우리에게 임시 처방이 아닌 화석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CCS기술은 과연 올바른 대안일까?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