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정호중 감독

지난 3일 <안녕? 허대짜수짜님!>을 연출한 정호중 감독을 만나 스크린 속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노동문제를 ‘극영화’라는 형식을 빌려 다룬 이유는.
 사실 노동자의 삶을 다룬 다큐는 많지만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는 거의 없다. 20년 전 국내 최초로 영화 <파업전야>가 노동자의 삶을 다루긴 했으나, 이후 장편 노동영화는 제작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주위에서 왜 노동문제를 다룬 영화는 없냐는 의견을 많이 들었고, 극영화가 노동문제를 좀 더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Q. 비정규직 문제가 외면 받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영화 곳곳에서 묻어난다. 영화에 대해 관객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였나.
 영화 상영 후 관객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사람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큰 것 같았다. 노조 활동가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현실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고 비판한 반면, 청소년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어떤 학생은 여의도에서 코스콤 노동자들이 왜 집회를 하는지 몰랐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한다.
Q.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촬영했고 노동자들이 직접 출연한 것으로 안다. 그곳 상황이 영화에 어떻게 반영되었나.
 현지 노동자들 15여 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대본에 많이 반영했다. (영화 속 비정규직 노동자 ‘박세희’가 절박한 심정에 굴뚝에 올라갈 생각을 잠시나마 하는데) 영화에 출연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분은 실제로 굴뚝에 올라가 투쟁을 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분은 영화에서 정규직 노조위원으로 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하는 영화 속 장면도 현장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영화를 찍기 직전 그곳 직원들이 작은 텐트 안에서 투쟁을 벌였는데, 회사 관리자들이 텐트를 부수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이 비정규직 투쟁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만, 영화 속에선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Q. 영화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하여 투쟁을 성공으로 이끈다. 현실에선 거의 일어나지 않는 해피엔딩을 연출한 이유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규직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그런데 투쟁의 강도가 약하게 표현되면서 결말이 어색해진 것 같다. 이외에도 영화를 찍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많아 또 다른 노동영화를 기획 중이다. 차기작 <웃는 섭이>에선 비정규직의 눈으로 진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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