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편집위원 / jaewoni@cauon.net

  1966년 3월 10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온통 “내 자전거를 돌려달라”(제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의 독일 점령군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자전거를 몰수했다)는 구호와 화염병으로 뒤덮였다. 이 날은 네덜란드의 베아트리스 공주가 독일의 귀족 클라우스 폰 암스베르크와 결혼식을 올리던 날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유겐트 단원이었던 클라우스의 이력 때문에, 전쟁의 상흔을 잊지 못하던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 결혼을 반기지 않았다. 이 반감 정서에 불을 붙여 암스테르담을 마비시켰던 사람들이 훗날 ‘프로보’(provos)라고 알려진 네덜란드의 반문화운동 집단이다.
  네덜란드어로 프로보는 범죄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자극해 그녀/그의 범죄행위를 자백하게 만드는 비밀요원을 뜻한다. 반문화운동 집단으로서 프로보는 부조리한 유머와 해프닝 같은 연출을 결합해 이처럼 지배계급의 범죄를 폭로하는 것을 운동의 목표로 삼았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앙라주(Enrag럖; 격앙파)의 네덜란드 후예라고도 할 수 있다. 프랑스혁명 당시 혁명의 기운을 법의 테두리 안에 가둬두려 했던 자코뱅파에 반발한 앙라주처럼 이들 역시 절대적 자유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1966년 당시 프로보는 ‘백색 루머’ 계획을 선보였다. 결혼식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율리아나 왕비가 아나키스트로 전향했으며 프로보에게 권력을 이양하기로 합의했다는 거짓 공표문을 뿌리고 다닌 것이다. 이들은 이와 더불어 프로보가 암스테르담에 식수를 제공하는 수로에 다량의 LSD(환각제의 일종)를 뿌릴 예정이라는 거짓 정보도 퍼뜨렸다. 이 때문에 2만5천 명의 경찰이 동원되어 암스테르담 곳곳을 헤맸다.
  1965년 7월 12일 “프로보 선언”을 발표하며 자신들은 아나키스트, 비트족, 평화주의자, 예술가, 스콰터(무단점거자) 등의 결합체라고 소개한 프로보는 이후로도 일련의 백색 계획(환경오염을 비판하는 ‘백색 자전거 계획’,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을 도와주는 ‘백색 여성 계획’ 등)을 선보였다. 비록 2년 뒤인 1967년 5월 13일 해체되어 단명했지만, 이들의 아이디어는 네덜란드의 사회운동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반문화운동 집단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끼치고 있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