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자크 랑시에르 명예교수

 

  지난 4일 본교에서 “동시대 세계의 정치적 주체화 형태들”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자크 랑시에르 명예교수(파리8대학 철학과)와 ‘민주주의의 위기’에 관해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Q. 9.11사건 이후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위기’가 논의되고 있다.

  확실히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어떤’ 민주주의의 위기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지금 기성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떠들어대는 위기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정치체제로서의 민주주의이다. 즉,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가 얘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인민의 대표임을 자임하는 자들의 위기인 셈이다. 사실 이는 별로 새로운 일도 아니다. 일찍이 1975년 새뮤얼 헌팅턴 등은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책을 펴낸 바 있는데, 이때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바로 이것이었다.

Q. 당신이 말하는 민주주의 개념이 독특한 것 같다.
  나는 민주주의를 어떤 정치체제가 아니라 ‘원리’로 이해한다. 나는 통상적인 정치, 즉 한 사회를 위계적으로 조직하고 통치하는 구조를 정치가 아니라 ‘치안’(la police)이라고 부른다. 내가 말하는 ‘정치’(la politique)는 이 치안이 만들어놓은 위계질서를 뒤흔드는 행위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란 치안의 위계질서가 확고하게 전제하는 일체의 아르케, “지배할 자격이 있는 자”를 정해놓은 어떤 근본원리에 맞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는 평등의 공리를 내세우는 행위이다. 따라서 정치가 곧 민주주의다. 이처럼 민주주의를 그 어원에서 생각한다면, 즉 인민의 지배라고 생각한다면, 확실히 민주주의는 위기이다.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탄생한 이후부터 쭉 그랬다. 그러나 이런 민주주의의 위기는 그들이 말하는 위기와는 다른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해야 한다.

Q. 당신이 말하는 민주주의를 위기로부터 구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오늘 강연에서도 말했듯이, 기존의 치안질서가 위로부터 부과한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탈정체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나는 이를 A에서 B가 되는 것이 아니라 A와 B의 ‘사이에-있음’으로 제시한 바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요청하는 것은 사회학적으로 식별 가능한 어떤 사회집단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것을 넘어서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전체인 자들’(“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전체가 되려 한다”는 인터내셔널가의 구절을 생각해보라)의 정치공동체를 생각해야 할 필요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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