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 사회복지학과 박사수료

  어느덧 내가 있는 곳은 타이페이에 위치한 대만국립대학의 한 강의실이었다. 청중 가운데서 나를 바라보며 흡족해 하시는 학과 교수님들과 선후배들, 그리고 이름만 들었던 외국 학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다시 긴장감이 몰려왔다. 지난 몇 달간 준비해온 논문을 영어로, 그것도 난생 처음 보는 외국 학자들 앞에서 발표했다는 것은 여간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인가.
  지난달 초 사회복지학과에서는 교수님들과 대학원생이 함께 대만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사회정책’(EASP: East Asian Social Policy)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논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나뿐만 아니라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상당수의 원우들이 영어로 논문을 발표해 일본과 중국, 그리고 유럽에서 온 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EASP는 동아시아 국가들간에 사회정책을 비교·연구하는 모임으로 예비 연구자 과정을 밟고 있는 우리에겐 또 하나의 기회이자 도전의 장이 되었다. 사실 이러한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연구회 중심의 지속적인 연구성과물 덕이 컸다. 현재 사회복지학과에는 크게 두 개의 연구회가 있는데, 하나는 사회정책을 공부하는 ‘진보와 복지를 위한 연구모임’(이하 진복연)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복지실천을 공부하는 ‘복지와 실천을 위한 연구모임’(이하 복실연)이다. 이 두 연구회는 매 학기 학술세미나를 통해 한 학기 동안 공부해왔던 것들을 논문 형태로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어오고 있다. 전공은 다르지만, 연구자로서의 고민과 번뇌, 그리고 사회복지 학문에 대한 열정을 함께 나눠가고 있는 것이다.
  올 봄, 사회복지학과의 대학원생과 교수님들이 한 자리에 모인 적이 있다. 굳이 거창하게 말하면 학과의 장기적인 발전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었는데, 단연 화두는 어떻게 하면 질 좋은 연구성과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가운데 모두가 연구회를 통해 연구성과물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진복연과 복실연, 그리고 학과의 적극적인 지원, 아마도 이 세 박자가 EASP에서 진복연과 복실연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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