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학과 / 김영호 교수


지난달 21일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이 주최한 ‘제1회 문신저술상’ 대상을 수상한 김영호 교수를 만났다. 김교수의 논문은 “비교미학, 나아가 ‘융합미학’의 원근법을 제시했다”는 격찬을 받았다.

 

 

 

 

 

Q. 조각가 문신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한다면.
  문신(文信, 1923~1995)은 일제 시절 큐슈 탄광촌에서 태어나 식민, 해방, 군정, 전쟁, 국토재건이라는 격변기를 모두 겪은 작가이다. 국제적인 명성은 1961년 39세의 나이로 프랑스로 건너가 그곳에서 본격적인 조각가로 활동하면서 얻게 됐다.

Q. 이번 논문에서 문신의 조각과 독일 작곡가들이 문신에게 헌사한 음악의 구조를 비교해 두 장르의 융합 가능성을 고찰했는데.
  사실 더 큰 관심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보편적 언어와 그 예술적 소통의 가능성에 두었다. 융합이란 단순한 뒤섞임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개체적 단위의 존재성을 극대화시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Q. 이 융합 가능성의 공통원리로서 ‘시메트리’(symmetry) 개념을 제시했다. 다른 형식의 조각과 음악 사이에서도 융합을 가능케 하는 동위구조를 발견할 수 있나.
  조각과 음악을 해석하는 데 쓰이는 전통적 미학 표준들, 가령 균제, 조화, 통일, 리듬 등의 형식들은 모든 조각과 음악에 동일하게 쓰이는 용어들이다. 시각과 청각이라는 감각기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조각과 음악은 미적 감흥이라는 측면에서 동일한 미학적 지층에 공존하고 있다.

Q. 논문에서 시메트리 개념과 연결시킨 ‘화’(和)라는 개념은 본인의 예술관처럼 읽히기도 하는데, 예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게 예술은 삶이다. 삶에 대한 치열한 성찰 과정에서 생산되는 형식적 단편이 예술작품이다. 우리가 예술가들에게 감사해야 할 일은 그들이 개인적 삶뿐만 아니라 삶을 둘러싼 시대적 정황, 즉 시대정신을 읽어낼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가 융합이라면, 융합의 미학은 타자에 대한, 관현악 연주에서처럼 단위 상호간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다.

Q. 향후 연구방향은.
  문신 예술의 신화적 영향력과 관련해 ‘융합미학’이라는 화두로 책을 쓰고 있다. 금년 내로 출간될 이 책에서는 조각, 음악, 복식, 디자인 등을 함께 아우르는 방향으로 융합미학의 개념을 소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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