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는 ‘임계질량’(臨界質量)이라고 번역되는 물리학 용어이다. 언뜻 들어도 고리타분한 이 단어가 한국에서는 “떼잔차질” 혹은 “떼잔차 질주”와 같은 신선한 말로 변신했다.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핵물질의 최소 질량”이 자동차들의 전유물인 “도로를 점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의 자전거 떼”로 바뀐 순간이다. 


 

크리티컬 매스가 사회운동의 용어가 된 계기는 1992년 9월 25일, 뉴욕 샌프란시스코의 시내 도로 한복판을 주행하는 정체 모를 라이더들의 등장에서 비롯한다. 처음에 45명으로 시작한 깜짝 이벤트가 현재는 평균 1천5백 명의 라이더가 참가하는 월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오늘날 크리티컬 매스의 참가자들은 스스로를 동일하게 규정하지 않는다. 그냥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이 좋아서 참여한 사람부터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도시체계를 비판하려는 사람까지 성별, 직업, 나이, 생각 등 모두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크리티컬 매스가 비조직화된 자율적 직접행동 전략의 일환으로 사회운동에 도입됐다는 점이다. 
 크리티컬 매스와 사회운동의 결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네이키드 바이크 라이드’(Naked Bike Ride)이다. ‘크리티컬 애스’(critical ass)라고도 불리는 이 운동은 말 그대로 발가벗고 크리티컬 매스를 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몽땅 다 벗을 필요는 없다. 자연발생적으로 등장한 운동답게 참여자들 또한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단지 자동차 위주로 편성된 도시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 타기를 통한 건강 증진, 석유 절약을 통한 지속가능한 경제 모색, 그리고 각자의 몸에 대한 자부심 고양에 이르기까지 생활운동 차원의 성격을 띤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이런 떼잔차질을 크리티컬 매스라고 처음 지칭한 자전거 디자이너 조지 블리스는 과연 이런 성공을 예상했을까? 더불어 그가 영감을 받았다는 영화 <폭주족의 귀환> (Return of the Scorcher, 1992)의 테드 화이트 감독도 흐뭇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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