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화석연료가 점점 고갈되고 있는 시점에서 바이오연료가 미래의 대안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식량부족현상과 또 다른 환경파괴를 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둘의 대립된 시각을 살펴보고 바이오연료가 진정한 대안에너지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화두가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수송부문에서 석유를 대체하면서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견인차로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이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바이오연료가 또 다른 환경문제와 빈곤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렇듯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이야말로 바이오연료에 대해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과연 바이오연료는 희망적 대안인가? 아니면 지구생태계에 또 다른 환경부하와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시킬 덫에 불과한가?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찬반양론

바이오연료 찬성론자들은 바이오연료가 석유의 고갈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이산화탄소를 생장과정에서 흡수한 식물은 소각해도 대기 중 탄소량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적이어서 가장 적절한 수송 에너지 대안이라고 말한다. 또한 특정 지역에 편재되어 있는 화석연료와 달리 지역별로 환경조건에 맞게 다양한 원료를 활용함으로써 에너지안보를 개선할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이외의 배기가스도 감소시켜 대기질도 향상시킨다고 지적한다. 유가상승으로 낮았던 가격경쟁력 또한 높아지고 있으며, 에너지작물 생산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는다. 바이오연료 생산시설은 작은 규모로 분산할 수 있어서 사회적 형평성 또한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점을 가릴 만큼 다양한 문제점도 내재해 있으며 일부는 벌써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곡물을 사용할 경우 식량이나 가축사료 공급이 감소되어 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이들을 원료로 하는 다양한 제품의 가격 또한 연쇄적으로 상승한다. 또 한정된 땅을 두고 식량과 에너지작물이 경쟁하게 되고, 에너지작물 생산이 농경지를 잠식하여 식량공급이 감소하고 가격이 올라간다. 결국 빈국과 빈곤한 사람들의 생존이 더더욱 위협받게 된다. 에너지작물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화학농약과 비료를 사용하고 유전자조작기술을 적용한다면, 대규모 단작 플랜테이션 방식으로 원료작물을 생산한다면, 생태적 다양성의 훼손과 환경오염이 일어나고 지역의 수자원이 고갈되는 등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친환경성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환경에 더 큰 부담이 갈 수 있다. 대규모 농장화로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여 이들을 벼랑으로 내몰 수도 있으며 원료작물을 수입할 경우 자원의 해외의존에 따른 에너지 안보취약성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바이오연료가 아무리 탄소중립적이라지만 원료작물의 생산과 수송, 연료제조 과정에 투입된 에너지로 인해 휘발유보다 탄소배출이 오히려 더 많다는 보고도 있다.

현 에너지 소비체제와 지역경제를 고려해야

바이오에너지는 이렇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지니고 있다.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얻고자 하는 편익을 최대화하면서 우려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오연료 자체의 생산과 소비라는 좁은 테두리 안에 문제를 한정하는 데서 벗어나 수송용 바이오연료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전과정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송에너지 수요 증가를 당연시한 채 단지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서라면 바이오연료가 대안이 되기는 힘들다. 보다 총체적인 관점에서 경제성과 환경성은 물론 사회적 형평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선 자전거와 대중교통체계의 보강과 이용 확대, 냉난방온도조절이나 운전습관 개선을 통한 에너지 절약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도시의 구조와 도시간, 지역간 연결망을 개선하여 수송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최대로 줄이고 나머지수요를 비곡물 원료나 폐식용유를 사용한 바이오연료로 충족해나가야 한다.
표면적으로 동일한 바이오연료라고 해서 효과와 결과가 모두 같은 건 아니다. 바이오에너지에 어떤 관점과 관심으로 접근하는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추진하는지에 따라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다국적기업이 열대우림지역이나 산림지역에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면서 연료작물을 전량 수출하여 수입국의 자동차 중심 교통체제를 유지하는 경우와, 값싼 수입농산물 탓에 경쟁력을 잃어 휴경했던 땅이나 자투리땅에 지역의 농민들이 직접 기른 농작물로 교통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경우는 사뭇 다르다. 바이오연료에 대해 긍정적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춘다거나 부정적인 측면에만 골몰하는 것 모두 적절하지 않다. 바이오연료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현되고 우려스런 문제가 최소화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 환경과 농업, 경제, 에너지문제가 서로 맞물려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적인 접근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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