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기 / 의학과 박사과정

  요즘 들어 실험을 하고 논문을 작성할 때마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것의 어려움을 재차 깨닫게 된다. 기본적 개념을 넘어 전문가 수준의 통계학적 이론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수만 개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초기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하기 위해 컴퓨터 언어로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생물학 분야에서는 이와 같이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것을 ‘시스템 바이올로지’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개별 유전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여 생명현상을 일으키는지 규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들이 융합되어야 한다. 세계 우수 대학들은 이미 시스템 바이올로지를 중요 학문으로 발전시켰고, 국내 주요 학교나 연구기관들 역시 세계 수준에 발맞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본교는 이 부분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시스템 바이올로지를 추구하기 위한 개인법인연구소는 작년에 신설이 되었지만 현재까지 학교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된 사업은 아직 없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처럼 우수한 국내외 대학들을 벤치마킹 해보는 건 어떨까? 비록 늦기는 하였으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노력을 하다보면 우리도 앞설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경우, 하버드와 같은 최고 대학을 무작정 따라하다가는 결국 2류에 머무를 것이라는 판단에 학문간 벽을 허물고 새 전공을 만들었다. 이 융합된 학문에 100여 명의 교수진이 참여 중이며  학교는 학문 융합에 참가하는 교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이처럼 우선 학교와 교수가 하나가 되어야 학문도 하나가 될 수 있다. 학교는 교수들에게 제도와 안정성을 제공하고 교수들은 학과 이기주의를 넘어서 적극적인 학문융합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과위주가 아닌 학교를 위한 진정한 마스터플랜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얘기는 이공계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평생 한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며 하나의 전공만으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한 우물만 파기’ 식의 한 가지 전공에 정체돼 있는다면 나중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루빨리 학교는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학문 융합의 중심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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