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소진 편집위원 죱 kqor007@cauon.net

우리의 삶은 광고에 매몰되어 있다. 건물, 버스정류장, 공중전화 부스, 지하철 등 공적 공간이 광고로 도배된 건 이미 오래 전부터이다. 일방향적으로 그들의 메시지만을 토해내는 광고 때문에 때로는 숨이 막힌다. 버블 프로젝트는 우리의 주변을 광고로 장악해버린 대기업들에게 더 이상 소비자가 미디어 공격의 목표물이자 희생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버블 프로젝트의 창립자인 지리(Ji Lee)는 한국인으로 뉴욕의 주요 국제광고대행사에서 일하고 있는 아트디렉터이다. 그는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광고 아이디어를 여러 번 제안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광고업계는 그의 아이디어를 묵살해버렸다. 관행에 따라 생산된 광고는 대중을 무지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는 모든 골목 어귀마다 존재하는 이와 같은 광고에 대한 전제를 깨뜨릴 간단한 장치를 고안해냈다. 버블(말풍선) 스티커가 그것이다.


2001년, 버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그는 이 프로젝트가 광고주, 광고대행사, 소비자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광고주는 소비자들이 자사의 광고를 어떻게 보는지 알게 되고, 대중은 광고에 대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 이상의 몫을 해낼 것이라고 본 것이다.
 프로젝트는 행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그는 1만5천 장의 버블 스티커를 제작해 뉴욕의 길거리 광고판 위에 올려두거나 붙여뒀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이 비어 있는 스티커에 호기심을 갖고 낙서를 해서 광고 위에 붙였다. 후에 그는 다시 거리를 돌며 행인들이 창조해놓은 기발한 메시지를 사진에 담았다. 지금까지 버블 스티커는 총 5만 장이나 인쇄되어 붙여졌다.
 버블 프로젝트는 곧 수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결국 2002년에는 이탈리아(밀라노), 네덜란드(암스테르담),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등을 기점으로 삼아 영국, 캐나다, 독일, 호주, 프랑스, 일본 등 총 31개국이 참여하는 전세계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2006년 6월에는 지난 4년간의 성과들을 모은 자료집 <Talk Back: The Bubble Project>(New York: Mark Batty Publisher)가 출판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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