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호 / 서양화학과 석사과정

영문학자 김우창의 에세이집 <풍경과 마음>(생각의나무, 2006)은 동양의 산수화가 갖는 의미를 미학이나 미술사를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가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책이다. 저자가 미술사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산수화를 피상적으로 다룬다고 오인할 수도 있지만,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전공서적도 아닌데 집중하며 읽어야 하는 책을 인문계열의 학우들에게 소개하는 이유는 이 책이 인문학적 연구의 접근방법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의 풍경화는 모두 재현을 목표로 삼았지만, 서양의 회화가 원근법을 사용하여 현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재현을 목표로 삼은 반면, 동양의 산수화는 세속에서 벗어나 정신의 안정을 되찾는 수단으로 기억 속 풍경을 재현하려고 했다. 이것이 서양의 풍경화와 동양의 산수화 사이의 일반적인 차이점이다. 김우창은 이러한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맞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동양의 산수화를 인간의 지각체계에 기초한 것으로 보고 우주론, 인간론, 사회철학 등으로 표출된 거대한 에피스테메(인식소)의 체계 속에서 파악해나간다. 그래서 얻어진 결론은 사실 위의 내용과 유사하다. 그러나 두 미술이 갖는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고 넓은 영역에서 검증함으로써 동서양에 대한 무비판적 이해에서 벗어나 산수화를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저자는 산수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그치지 않고 현대사회에서 동양의 정신적인 전통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그림에서 재창조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평소 자신의 전공분야와 직접 관련된 서적을 통해서 많은 지식과 연구방법을 습득하겠지만, 때로는 다른 분야에서 신선한 접근방법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자신의 생각을 재검증하고 정리하여 연구의 과정과 결과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과 단방향적인 사고로 자신의 학문분야를 연구하고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그러나 너무 부담을 갖고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저자의 연구방법에 대한 추적을 잠시 관심에서 밀어내고 책의 내용에만 몰입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인문계열 학우들이 연구방법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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