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주요 삶정치 관련 논쟁의 진원지는 이탈리아이다. 이탈리아는 네그리, 아감벤, 에스포지토뿐만 아니라 지난 8년 동안에만 22권의 삶정치 연구서와 수백 편의 논문들을 선보였다. 이에 본지는 몇몇 주요 연구자들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탈리아에서 삶정치 개념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를 살펴봤다.
마이클 하트(듀크대학), 티모시 머피(오클라호마대학), 티모시 켐벨(코넬대학) 등은 1968년을 전후로 급격하게 변화를 거듭해온 이탈리아의 정치상황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이탈리아 사상가들은 프랑스 현대철학을 활용해 이 급변의 시기를 돌파할 수 있는 급진적 정치프로젝트를 고안하려 애써왔는데, 최근의 삶정치 연구는 이런 노력의 또 다른 변형이라는 것이다.
한편 아감벤과 에스포지토는 유럽(북반부)과 지중해(남반부)의 문화가 혼합된 이탈리아의 ‘특수성’을 그 원인으로 제시했다. 이 특수성은 토마소 캄파넬라에서 안토니오 그람시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학자들이 역사(정치)와 자연(삶/생명), 즉 인간의 삶과 세계의 삶이 맺고 있는 관계를 해명하는 데 천착하도록 강제했는데, 자신들의 연구는 이런 전통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잇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급진적 사유는 독일의 철학, 영국의 경제학, 프랑스의 정치학을 원천으로 삼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프랑스의 철학, 미국의 경제학, 이탈리아의 정치학이 급진적 사유의 젖줄이 되고 있다. 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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