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호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전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빈발하면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평균기온 상승추세가 세계평균보다 2배나 높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에 있다. 이에 한반도를 중심으로 기후변화의 진행상황을 짚고 가능한 대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최근 기후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피부로 느낄 정도가 되었다. 장마가 끝난 후에 더 장마 같은 날씨가 계속되었다. 90년대부터 8월에 내리는 비가 전형적인 장마 시기인 6월 말에서부터 7월까지의 강수량보다 더 많다. 내리는 비도 국지적으로 내리는 소나기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는 유럽 전역에서 이상폭염으로 국가 비상상태가 선포되고,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에서는 48℃ 이상의 폭염으로 150여 명이 희생되었다. 중국,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서 최악의 몬순홍수로 인해 수백만이 피해를 입었다.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는 기록적인 이상기후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많은 기후학자들은 지구 곳곳에서 유례없이 자주 발생하는 이상기후의 원인을 지난 세기부터 본격적으로 관측되기 시작한 지구온난화 현상에서 찾고 있다.

IPCC의 불편한 전망
지난해 2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1988년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공동설립)가 발표한 제4차 평가보고서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주요인이 화석연료에 의존한 대량소비구조 때문이며,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1980~99년에 비해 금세기말(2090~99년)의 지구 평균기온은 최대 6.4℃, 해수면은 59cm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지구 평균온도가 1℃ 정도 상승하는 2020년대에는 양서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산호의 백화현상이 만연할 것이며, 대략 4∼17억 명이 물 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라고 한다. 2∼3℃ 정도의 기온 상승이 예상되는 2050년대에는 전세계의 동식물 중 20~30%가 멸종 위기에 처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편 지구 평균온도가 3℃ 이상 상승하는 2080년대에는 생물 대부분이 멸종되거나 그 지리적 분포가 크게 변화하며, 전세계 인구의 1/5 이상이 홍수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IPCC에서 제공한 온실가스 증가 시나리오에 의하면 앞으로 100년 동안 한반도 및 동아시아 지역에서 기온 상승은 대략 5℃ 이상으로, 이 지역의 온난화 진행 속도가 지구온난화 평균치보다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난다. 한반도에서 강수량은 7% 정도 증가하는 데 반해 강수일수가 줄어들어, 그 결과 강우강도는 더 증가할 것이다. 즉 집중호우 같은 현상이 더 잦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금강 유역에서 홍수피해는 1970~2000년을 기준으로 금세기 후반에는 최고 3배 정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림생태계도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기온이 2℃ 상승할 경우, 기후대는 극 방향으로 위도 150~550km 정도 이동한다고 한다. 과거 기후변화에 따른 수목의 이동속도가 1세기에 4~200km 정도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인간의 보조 없이는 대부분 수종(樹種)의 이동속도가 기후변화 속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금세기말에는 기존의 산림생물들이 고사되거나 고립되는 등 멸종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22세기 한반도온난화 시나리오
2100년 우리나라의 기후를 상상해보자. 두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인류가 21세기에도 지속적으로 화석연료를 이용하여, IPCC의 예측대로 기후가 변해 가는 것이다. 길어진 여름은 예전보다 5~10℃ 정도 더 덥고 습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빈번하게 엄청난 게릴라성 폭우나 혹독한 가뭄에 시달릴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적 합의를 통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급격히 줄이는 것이다. 이 경우 이산화탄소 수치는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경우보다 심하진 않겠지만, 지구온난화는 여전히 나타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영국 정부는 지구 평균기온이 4℃ 상승한다는 전제 아래 전 정부부처 및 산업분야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세계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협약을 지켜 생태계와 산업분야가 적응하는 시간을 벌지는 몰라도, 우리가 지구온난화 시대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지금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이 지구온난화의 결과라면 앞으로 더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이 우리를 더 자주 괴롭힐 것이다. 올해 1월 18일 벨기에 루뱅대학 부설 재난역학연구센터(CRED)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인구가 많은 아시아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했다. 이제 지구촌 어느 누구도 지구온난화의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내일을 위하여 국가 차원에서 정치·행정적으로 환경정책을 개발하여 화석연료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며, 지방자치단체마다 세부적인 추진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개개인이 탄소 소비계획을 세우고 일일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등, 범국민적 ‘아나바다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급격한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실천적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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