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비정규직 9백만 시대’! 지난 2006년 ‘비정규직 8백만 시대’가 공표된 지 2년만이다. 대학원생들에게도 비정규직 9백만 시대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에 더해 ‘선진화’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명박정부가 고등교육에 도입하려는 시장논리 역시 대학원생들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비정규직 9백만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원생들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본다.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의 열기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고 판단한 이명박정부는 국정 장악력 강화를 위해 이른바 ‘가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제개편안,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같은 메가톤급 정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이번 로드맵에는 정권인수위원회 때부터 시작해 영어몰입교육, 일제식 학력평가,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 4·15 공교육 포기조치(학교자율화 추진계획) 등 발표하는 정책마다 뭇매를 맡았던 교육개혁 관련 정책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뭔가 획기적인 교육개혁 정책을 기대하기는 힘든 분위기이다. 특히 대학정책의 경우 국립대학의 법인화, 대학 연구개발 성과의 사업화, 대학/출연 R&D사업 및 인력교류의 연계 등 ‘대학·연구기관 역량 강화’ 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시장주의 논리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등록금은 올라가고, 재단전입금과 국고보조금은 내려가고
지난 2006년 ‘비정규직 8백만 시대’가 공표된지 2년도 되지 않아 비정규직의 수는 8백58만(3월 기준)까지 치솟았다. 이대로라면 ‘비정규직 9백만 시대’가 머지않으리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극심한 경제불황은 대학원생들에게 가장 먼저 등록금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2008년 1학기 전국 4년제 국공립 대학과 사립대학의 평균 등록금 인상률은 각각 8.6%와 6.7%, 이는 물가상승률 4.3%의 2배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등록금 1천만 원 시대’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게 된 지난 1학기, 정부의 학자금 대출금리는 역대 최고였던 7.65%였다. 그러나 한 학기도 채 안 되어 대출금리는 7.8%가 됐다. 시중 은행의 대출상품 금리 7%보다 높다. 지난 7월 15일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를 촉구한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의 성명에 따르면 이런 상황은 예견된 것이었다. 작년 국회 예산심사소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 주도로 2008년 학자금 대출 신용보증기금 1천억 원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학금 지원예산인 1백억 원이 삭감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9일 “교육 불평등과 계급화를 넘어 평등한 교육으로”라는 표제 아래 개최된 한국사회포럼 2008에서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등록금 문제의 근본원인으로 고등교육 수익자인 정부의 교육비용 부담 회피(지난해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 규모는 4조4천8백78억 원으로, 전체 대학재정의 22.7% 수준이었다), 과도한 적립금을 쌓고 있는 사학재단의 불투명한 회계처리(작년 <경향신문>이 조사한 1백55개 사립대의 누적적립금은 2006년 현재 6조8천5백3억 원으로서, 평균 4백41억 원에 달한다) 등을 지적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정부의 시장주의 대학정책이 멍석을 깔았고, 개별 대학이 등록금 자율화를 빌미로 등록금을 임의 결정하게 되어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등록금 부담은 돈 문제인 것만이 아니다
지난 2월 27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발표한 “대학 재정운영과 등록금 책정 타당성 관련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본교는 참여연대의 예결산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비공개’결정을 내렸다. 또한 2006년과 2007년 예결산서상에 산출근거를 기재하지 않았거나 요약만 해놓았으며, 2006년 회계연도 적립총액대비 기타기금(기타기금은 용처를 알 수 없는 기금이다) 비율이 77.55%로 밝혀졌다. 한편 올해 초 <경향신문>이 사립대학회계정보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사립대학 재정상태 결과에 따르면 본교의 누적이월적립금은 5백13억 원(2007년 2월 기준)이다.
지난 8월 27일 본교 전체교수회의에서 발표된 ‘장단기 발전계획 CAU 2018+’ 자료에 따르면 2007년을 기준으로 본교의 경쟁대학으로 상정된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의 평균 교비의존도는 2% 가량 하락한 데 비해 본교는 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쟁대학의 평균 등록금 비중은 5.4%인데 비해 본교는 89.2%에 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경쟁대학의 평균 1인당 등록금(학부 기준)이 연간 8백14만 원인데 비해 본교는 7백70만 원으로 발표됐다는 것이다. 이 조사결과에 근거해 본교의 등록금이 추가로 인상될지는 향후 11월말 발표될 예정인 CAU 2018+ 최종안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15일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시위에 참석한 참교육학부모회 이희정 사무처장은 “학생들이 학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보다는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 달라”라며 정부에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본교 선도특성화사업에 참여 중인 최남도 원우(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는 “선도특성화사업에 참여해 등록금의 상당액을 마련했다. 나머지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조차도 학업에 방해가 됐다. 나 같이 기회가 없는 원우들의 어려움은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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