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politics라는 개념은 그동안 국내에서 ‘생명정치’, ‘생체정치’, ‘삶정치’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되어왔다. 그리스어 비오스(bios)에서 파생된 ‘bio-’를 ‘생명’으로 옮겼을 때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 더 나아가 생태계까지 지칭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일례로 그리스에 위치한 환경보호단체 중 하나(Biopolitics International Organization)는 단체이름에 ‘Biopolitics’를 넣고 있다. 또한 ‘bio-’를 ‘생체’로 옮겼을 때에는 생물학이나 유전학과의 관련이 강조된다. 미국의 유명한 푸코 연구자이자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인류학과 교수인 폴 레비노우와 런던정경대학의 사회학과 교수 니콜라스 로즈가 이런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감벤이 <호모사케르>에서 그리스어 비오스와 조에(zoe)를 구분한 뒤로는 ‘bio-’를 ‘생명’이나 ‘생체’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됐다. 아감벤에 따르면 조에는 모든 생명체들에 공통된 ‘단순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지칭하며, 비오스는 이런 저런 개체나 집단의 특유한 ‘삶의 형식이나 방식’을 가리킨다. 그리고 아감벤은 바로 이 조에가 비오스와 구분되어 정치에서 ‘배제되는 방식으로 포함되는’ 상황을 문제삼는다. 이런 까닭에 ‘살아 있다’는 동사의 명사형인 ‘삶’을 ‘bio-’의 역어로 선택하는 게 현재로서는 더 포괄적인 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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