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화 편집위원 / sobeit2000@cauon.net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방법적 회의 끝에 명석판명한 철학적 진리에 도달한다. 자아는 실체이며 실체의 본질은 사유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철학자의 논리를 뒤엎을 만한 실험이 최근 영국에서 진행되었다.

BBC 채널2에서 방영한 다큐 <완전한 격리>는 너무 잔혹하다는 이유로 40년간 논란이 되어온 감각박탈 실험을 조명한다. 6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지하 핵 벙커에 마련된 실험실에 48시간 동안 감금된다. 이 중 3명은 빛과 소리가 완전히 차단된 방에 남겨지고 나머지 3명은 특수장비를 착용해서 시각과 촉각마저 차단된 채 단조로운 소음만 들을 수 있도록 한다. 이 실험은 외부 자극이 박탈되었을 때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연구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외부 자극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실험환경에 더 잘 견뎌낸다. 그러나 18시간이 지나자 피실험자 대다수가 상당한 시간착오와 초조함을 보인다. 40시간이 지나자 이들은 환영과 환청을 경험한다. 이안 로빈슨 박사는 이에 대해 “어두운 방 안에는 주의를 집중시킬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정보의 부재 속에서도 인간의 두뇌는 지속적으로 작동하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 정보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납치되어 4년간 독방에 감금되었다 풀려난 브라이언 키니씨는 감금 당시 자문했다고 한다. “나는 아직 살아있는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나? 내가 존재한다고 확신시켜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실험 종료 후 피실험자들은 기억력과 집중력, 언어구사력에서 현저한 기능저하를 보였다. 이 실험은 감각이 차단된 상태에서는 이성도 사유도 인간의 존재 자체도 믿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