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2캠 총학생회와 대학원총학생회가 연명하여 “두산그룹의 학교법인 인수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업이 나름의 손익계산에 의거해 대학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왜 “감사”할 일인지 알 수 없으나, 발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가기 위한 의례적인 입장 표명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성명서치곤 예외적으로 흥분된 어조로 표명된 ‘학벌주의’의 혐의는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의 이념이 대학에 깊숙이 뿌리내린 징후로 읽혀 씁쓸하기만 하다.

성명서는 “우리의 능력과 자질은 경쟁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모자랄 것이 없는데, 우리의 유일한 단점인 학교법인의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수모를 감내해야 했으며, 좌절을 받아들여야 했는가!!”라며, 이러한 “절대적 위기 상황”에서 모면하게 해준 두산그룹에 환영의 뜻을 전하고 있다. 그런데 대체 누가 학교법인 재정의 열악성을 두고 “우리”에게 수모를 주었으며, 또 누가 그로 인해 “좌절”했는가? 재단의 재정이 열악하다고 수모를 주는 “경쟁학교” 학생들을 진정 “친구”라 여기기는 하는 것일까? 한때 대학등급을 따지며 타대학 홈페이지에 몰려가 난동을 부리던 ‘훌리건’들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아직까지 1천2백억 원의 장학기금 지원 외에 연구 지원과 장학 혜택에 관한 구체적인 발전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마저도 학교법인으로 들어오는 기금이 아니라 김희수 이사장의 공익재단인 ‘수림장학연구재단’에 출연한 것이며, 이 돈이 중앙대생들을 위해 지원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박명수 총장 또한 “수익금을 중앙대학교만을 위해서 사용할 수 없으며, 수익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수림장학연구재단 김희수 이사장님께 있습니다”라며 섣부른 낙관을 불식시켰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학생대표들의 기대는 재벌재단의 ‘후광효과’에 대한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

신자유주의 국면 속에서 기업만큼 불안정한 단위도 없다. 경쟁의 압력 속에서 끊임없이 도태의 위기에 처하고, 초국적 기업에 의해 인수·합병의 재물이 되기도 하며, 갑작스런 자본 도피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대우그룹의 몰락과 함께 학교경영에 큰 타격을 입은 아주대의 경우가 좋은 예다. 삼성을 영입한 성균관대는 대부분의 지원이 의대와 공대에 집중되면서 학과 간 불균형 발전이 두드러지고, 삼성에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낸 학내자치언론이 탄압받는 등 학내민주주의가 퇴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업과 공공성은 기름과 물처럼 서로 융화되기 힘든 것이다. 따라서 재벌재단에 대한 섣부른 낙관에 앞서, 대학의 공공성과 학내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대응책 마련을 고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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