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 음악평론가

늘 고액 공연티켓 가격이 문제다. ‘예술’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상품으로 유통되는 예술이라면 당연히 가격이 매겨져야 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가격의 적정성이다. 1993년 파바로티가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할 때, 필자는 14만 원으로 책정된 고액 티켓을 문제 삼아 여러 신문에서 ‘음악회 입장료 가격 심의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 물론 이후로도 고액 공연티켓 가격 문제는 자주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고 소비자의 불만이 높았지만, 정책적인 입장에서 다루어지질 못했다. 여론이 끓어올랐다가도 어느새 흐지부지되고 말아 결국 개선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겨우 지난해에야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공연원가 공개를 통해 가격 적정성 여부를 따지겠다며 연구에 들어갔지만, 아직 답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공연계
소비자들로서는 공연티켓이 왜 이렇게 비싼가 물을 것이고, 주최 측은 공연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이라고 답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과연 티켓 가격이 내용에 걸맞는 것일까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논리이겠지만 공연은 다른 공산품과 달라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가격이 소비자의 구매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시장논리를 그대로 공연티켓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이를 둘러싼 왜곡과 과포장, 변칙적인 판매방식 등이 혼돈을 부추기고 있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이른바 ‘명품 마케팅’이 실제 현장에서 더 호소력을 갖기 때문이다.
기업의 접대에서 비싼 티켓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호재로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고액 티켓의 배경이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내용물을 미리 뜯어 볼 수 없는 공연예술의 특수성 때문에 사전에 결정되는 가격이 합리적인지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공연을 본 경험을 토대로 아티스트의 국제 가격 등을 고려해 적정성 여부를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내한한 빈 슈타츠오퍼의 <피가로의 결혼-오페라 콘체르탄테>(오자와 세이지 지휘)의 경우,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연출된 정식 오페라도 아니고 무대 장치와 의상이 가미되지 않은 콘서트 형식인데 45만 원이란 고액을 매겨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가격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공연 가격인 39만 원(상하이), 39만 원(싱가포르), 33만7천 원(타이베이)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이었다.

티켓 가격, 왜 이렇게 높나
티켓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매니지먼트사들의 지나친 경쟁으로 국제 공연가보다 공연물을 비싸게 사 오는 것이 첫째 원인이다. 시장 정보에 밝지 못해 생기는 문제다. 둘째는 공공극장의 비싼 임대료다. 셋째는 스폰서 확보가 쉽지 않아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내용물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한 소비자는 비싼 것이 ‘명품’이라고 판단하고, 공연 마케팅은 이를 부추겨 과장홍보에 열을 올린다. 실제 고액 티켓의 경우 비싼 좌석부터 팔린다는 게 공연계의 정설이다. 때문에 구매력이 없는 계층은 가격이 비싸다고 비난하는 반면, 한쪽에선 고액 티켓 구매에 열성을 보이는 모순이 일어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극장은 가격에 관한 한 어떤 통제도 하지 않는다. 극장을 대관해 주면 임무는 끝난 것이지 상품의 내용이나 가격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격 문제에는 좌석의 문제도 관련되어 있다. 극장마다 기준이 다를 뿐만 아니라 R석, S석, A석 등의 구분이 공연마다 다르고 개최자마다 다르다. 비싼 티켓일수록 R석, S석을 고무줄 늘리기 식으로 확대해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
국가가 공연문화 진흥을 위해 문화접대비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실시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면서, 고액 티켓으로 접대를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티켓 가격의 고액화가 부채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가격 제도가 정착되지 않으면 기업의 접대문화는 반감을 불러올 것이고 관객 개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가격 결정에 신중해야 하고 보다 넓은 관점에서 공연시장을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의 상품 선별 능력을 길러주고 국제 시세를 자주 공개함으로써 거품 가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공공극장은 수익논리에만 목표를 두기보다 우리 아티스트에 대한 유·무형의 지원을 통해 다양한 문화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아무튼 한국이 국제 공연사회에서 ‘봉’으로 불린다는 불쾌한 소식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묻지마 티켓’이 활개칠수록 우리 공연문화의 선진화가 그만큼 늦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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