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

■ 담론의 최전선 : GMO 유용한가, 유해한가

한국전분당협회가 국제 곡물값 상승을 이유로 5월부터 유전자조작(GM) 옥수수 5만 톤을 수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유전자조작식품(GMO)의 유해성과 유용성에 관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가공식품용 곡물원료의 자급률이 낮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현실상 GMO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주장과, 기업의 이윤 때문에 국민을 GMO의 ‘몰모트’로 내어줄 수 없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GMO를 바라보는 상반된 관점을 비교해 본다. <편집자주>


유전자재조합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GM옥수수가 금년 5월부터 수입되어 식용 물엿, 전분 등 식품 전반에 사용되는 식재료로 가공될 전망이다. 그러나 GM식품에 대한 불안이 팽배해 있어, 이대로라면 5~6월경에 커다란 먹거리 공황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GM식품을 두려워하는 소비자들이 국내 가공식품을 기피하고 값비싼 유기농 식품을 찾거나, 여유 없는 사람들만 께름칙한 음식을 할 수 없이 사먹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또한, 생명유지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식량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과연 GM식품이 안전성 측면에서 그렇게 위험하고 국가적 식량 공황사태를 일으킬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영국의 광우병 사태처럼 문제가 확실히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부터 해봐야 할 것이다.

1970년대부터 GMO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수행되었다. 그러나 GM곡물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생산ㆍ판매된지 10년이 지나도록 아직 인체에 뚜렷한 위해를 나타낸 사례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실험실 동물사육에 GM곡물이 사료로 사용되어 수십 세대를 먹이고 있지만 뚜렷한 유전독성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의 90%, 옥수수의 75%가 GM작물이며 미국인들은 아무런 표시 없이 이것들을 먹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미국이 GM곡물을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우리같이 식량의 70%를 수입해야 하는 나라에서는 GM곡물이 아닌 것은 웃돈을 주고도 사 오기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이 오죽했으면 소비자가 싫어하는 재료를 수입하겠다고 하겠는가.

언론·시민단체 무지가 GMO에 대한 오해 조장

상황이 이러한 데도 GMO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기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의 행위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이들의 주장은 유럽의 일부 과격 NGO가 주장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데, 이는 과학계의 동의를 받지 못했거나 왜곡된 해석이 많다.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일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GMO의 국가간 이동을 방지하고, GMO의 안정성을 재고하여 국가간 무역을 원활히 하기 위해 만든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를 마치 모든 GMO가 위험하여 무역을 못하게 하는 것으로 오도하는 것이 한 예이다. 안전성이 검증된 GM곡물은 기존의 곡물과 차이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음에도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먹을 수 없다는 식의 억지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절대 안전한 음식은 없으며 음식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 중에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서 먹는 것이 몇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식량 수요가 국내 생산으로 충족되는 일부 유럽 국가들의 과격 NGO가 하는 배부른 행태를 우리가 따라해서는 안 된다.

지난 2월부터 GMO의 안전성에 관한 토론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였다. GM식품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과 우려의 수준을 낮추어 앞으로 예견되는 식량 대란을 막으려는 노력이다. 관련 학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들이 토론회에 참석하여 GM식품의 안전성 평가 과정과 승인절차를 설명하고 안전성이 확보된 것만을 수입한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이런 토론회에 GM식품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TV나 방송사의 기자들은 전혀 볼 수 없고 신문기자도 토론자로 초청받은 한두 명 외에는 없다. 과연 우리의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이 GM식품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 4월 17~18일, 양일간 언론재단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GM식품 전문교육과정을 준비하였으나 참가자가 없어 취소되었다. GM곡물 수입으로 식량 대란이 발생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며, 그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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