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회 인디다큐페스티발이 3월 28일부터 4월 3일까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실험! 진보! 대화!’라는 슬로건답게 사회 주변부의 삶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한 국내신작 13편과 해외신작 9편이 상영되었다. 이 영화제에서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공중파 방송다큐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특정 소재를 통해 답안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그 소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았기 때문이다. 감독이 제시한 영상에서 관점을 끌어내는 것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오늘의 아시아를 어떻게 다큐멘터리로 기록할 것인가’를 화두로 삼은 해외신작들에서도 이 문제의식은 잘 드러난다. 특히 저우 하오 감독의 <약쟁이 아롱씨(Using)>는 대상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영상 곳곳에 묻어난다. 영화 초반 카메라는 광저우 변두리의 마약중독자 아롱씨의 생활을 따라가며 객관적 관찰자의 위치를 유지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위치는 조금씩 흔들린다. 마약을 그만두겠다고 거짓말하며 수차례 돈을 요구하는 아롱씨에게 감독은 돈을 주지만, 그를 신뢰하진 않는다. 이들의 관계는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나타나는 끈끈한 신뢰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경찰에 잡히지 않기 위해 면도칼을 삼켰다는 아롱씨가 피를 토하며 감독에게 수술비를 요구하나, 그마저도 거짓일 수 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카메라는 대상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며, 어떤 진실을 끌어낼 수 있는가. 시사회 후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다큐멘터리를 찍는 작업 자체를 ‘도박’이라고 표현했듯이, 감독은 중국 마약중독자들의 현실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큐멘터리의 정체성, 나아가 진실의 허구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은 모든 상영작을 무료로 선보이고 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김소혜씨는 “자유롭게 후원하고 즐기는 문화행사를 만들기 위해 무료상영을 결정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다큐멘터리가 제기하는 질문이 더 많은 관객들의 의식을 뒤흔들 수 있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