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소유가 습관이 된 현대인들에게 반소비, 무소유는 실로 대단한 결단과 희생을 필요로 한다. 일례로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2007)의 저자 닐 부어맨의 경우, 스스로 고백한 ‘명품중독증’에서 헤어나기 위해 4천만 원 상당의 고가 브랜드 제품들을 모아 놓고 화형식을 치르기까지 했다. 상업주의, 소비주의,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경고와 저항은 이렇게 극단적인 퍼포먼스에서부터 캠페인, 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캐나다에서 시작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이나 ‘애드버스터 운동(Ad-buster Activity)’처럼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소비행태의 반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자발적 가난’의 원칙을 전면에 내세우며 등장한 ‘프리건(freegan)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프리건은 ‘자유(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로, ‘무료로 얻는다(free gain)’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애초 이 운동은 인권을 침해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동물을 학대하는 비윤리적인 기업들의 생산물을 보이콧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물질주의와 도덕적 냉소·경쟁·복종·증오가 당연시되는 현실은 단지 몇몇 기업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시스템 전반에 보이콧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쇼핑하는 대신 대형 상점의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만한 음식을 찾아내고, 버려지는 제품들을 주워 사용하며, 웬만한 것은 나눠 쓰고 바꿔 쓰고 고쳐 쓴다. 이외에도 야생채집과 밭 가꾸기 등의 활동을 통해 음식물을 자급자족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에어컨, 히터, 식기세척기 등을 사용하지 말 것, 자주 샤워하거나 변기의 물을 매번 내리지 말 것, 자동차를 이용하지 말 것, 손수건을 가지고 다닐 것, 빈집에 거주할 것, 무언가를 사야한다면 중고품을 살 것 등등 일상생활 속에서 프리건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침들은 굉장히 다양하다. 이에 더해 자발적으로 실업상태가 되는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버느라 삶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세부 행동방침들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은 공동체주의와 관용·자유·협력·공유다.

프리건들은 비록 행색은 초라하나 자긍심만은 대단하다. “우리는 거지가 아닙니다. 지구를 구하는 운동가입니다”라고 말하는 이들이야말로 성찰 없는 시스템에 저항하는 진짜 영웅들이 아닐까. 프리건 운동은 인터넷을 통하여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소비주의 심리로부터 해방되어 지구 위를 가볍게 걷고 싶은 그대들이여, 이들과 함께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지 않겠는가. http://freegan.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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